출렁이는 것을 멈추는 방법이 있다면
하루는 살만하고 또 하루는 죽을 것 같다.
하루는 즐겁고 마냥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고 또 하루는 갈비뼈가 으스러질 듯 숨이 턱턱 막힌다.
하루는 참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버틸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또 하루는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절망이 나를 덮쳐온다. 이 모든 것을 멈추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어제가 그리워지고 내일이 두려워진다. 어제가 기억이 나질 않고 내일의 내가 안타까워졌다.
누군가는 스테이지 2로 넘어간다. 나는 여전히 스테이지 1에서 미션도 모르겠고, 보물이 있다고 해도 찾고 싶지 않다. 여전히 잘 모르겠다. 직진을 계속해야 할지 우회를 해야 할지 뒤로 돌면 길이 있을지. 언제 이 스테이지가 끝이 나는지. 하지만 중간에 내가 방황한다고 해서 이 스테이지가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다.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고 싶은 것도 아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말이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시간을 오독오독 씹고 싶고, 그 적막에 눌려 결국에는 울음이 터질 것도 같다. 타노스의 선택이 마땅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사라지는 쪽이 되고 싶었다. 디써어피얼 이라고 웅얼거렸다.
먼저 Max Richter의 The Departure을 배경 음악으로 틀어두고 동시에 또 하나의 새로운 탭에 프랑스어 동영상을 틀어두었다. 아주 오래전에 올려진 영상이었지만 목소리는 과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Bon, allez, à bientôt! Au revoir! 아비 앙뚜 오브 하 아비 앙뚜 오브 하 나는 몇 번을 따라 중얼거렸다. 맴돌았다. 막스 리히터의 음악과 프랑스어는 참 잘 어우러져서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그 부드러운 억양과 음악은 나를 잠시 다른 세계로 데려다 놓았다. 향을 하나 피워두고 바람이 창을 통해 살며시 부는, 어두운 공간에 거꾸로 매달려 있고 싶다. 눈은 압력 때문에 자연스럽게 감기고 피가 머리로 이동하면서 잠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지난 기록들을 다시 한번 훑었다. 3년 전, 5년 전, 2달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언제나 이렇게 간헐적으로 목말라했다. 근원이 무엇인지는 찾을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유독 오늘 삶이 지독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