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아니야
나는 매번 어디쯤일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선을 긋고
나는 그중 어디쯤 닿았나
생각한다
끝나면 좋겠다고
끝이면 좋겠다고
선택하고 싶다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작되면 좋겠다고
시작이면 좋겠다고
선택하고 싶다고
그럴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엑셀레이터에 몸을 얹고 그대로 온 힘을 실은 채로
계속해서 앞으로 빠르게 달려가고 싶다. 두려울 정도로
삶의 무게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마침내 중력을 잃어버릴 때까지
아니면
예전에 누가 그랬듯
무표정을 하고서
주먹으로 유리를 내리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물구나무를 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