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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빙글 도는 것 같지만

작년의 어느 날 00-1

by 초록낮잠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며 그래도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생각했고, 보이지 않는 것을 찾으려 애쓴 시간들을 숨 돌리며 다시 돌아보니 어쩌면 찾으려던 것은 애초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그래서 아마 허무했겠지. 오늘 밤에도 달은 뜨고 내일의 해는 또 질 테고 그날 밤 달은 또다시 해는 또다시 그때 그 해도, 그때 그 이국땅 주황색 크던 달도 그랬듯 지구도 결국 거대한 우주에 속해 있는 거니 지금 나는 우주 안에 이렇게 숨을 쉬고 살아있는 건데 도대체 무엇을 위해 하루를 사나, 못하나 제대로 박지도 못하면서 무슨 이론이나 따져가며 혼자서는 배추 잎 하나도 키워내지 못하면서 회색 고양이를 방에 가둬놓고 충분하게 사랑해 주지도 못하면서 말로만 사랑한다 사랑한다 노예같이 일이나 하고 앉아서 신세타령이나 하고 자책과 위로 그것들의 반복. 그래서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에 가깝다. 모든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건들과 우주의 심박동과 영혼들이 어떤지 아무도 알 수 없고, 아무것도 확신할 수도 없다.


나는 내 식대로 정착하기 위해서 나 스스로를 시험하고 내 마음을 의심한다.

완벽한 확신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완벽한 확신을 할 수 있도록


어느새 돌아보면 꿈꾸던 곳에 있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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