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어느 날 00
그것은 오직 하나뿐이다-
부정의 기록
허하고 허무로 가득 찬 오월의 하루다.
내게 초능력을 하나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아프지 않게 사라질 수 있는 초능력을 달라고 할 거다.
무슨 맛인지 알면서 씹어 배를 채우고, 결국 다 소화되면 똑같을 걸 골라 먹고
다 쓰레기가 될 것들을 돈을 주고 소비하고, 그렇게 다 써버릴 돈을 뼈 닳게 벌고
늙어버릴 가죽에 링클케어 화장품을 발라대고, 결국에는 죽을 걸 알면서 산다. 죽지 못하니까 살아있다.
지겹고 허무하고 귀찮고 부질없다. 이런 생각들이 온 후에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긍정의 단어들과 에너지들과 웃음들과 재잘거림이 오겠지만 그것들은 모두 반복될 뿐이다.
아, 제로의 세상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추가로 적자면 도서관 사서를 하거나 밭을 꾸리고 섬에서 자급자족하며 산다고 해도,
지금보다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나는 할 수가 없고, 권태롭다는 개소리나 하겠지
방법은 하나뿐이거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