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어느 날 02
오랜만에 이동 수단으로 버스를 선택했다.
보통 버스는 도로 중간에 멍청이같이 멈춰있거나 내게 멀미를 불어 일으키고 제시간을 맞출 수 없어서 조급해지거나 초초한 마음을 들게 했기 때문에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물론 차창 밖으로 풍경을 보고 생각을 머금기에는 딱이다)
근데 오늘은 웬일인지 느긋하고 기어가는 이 속도가 별로 밉지 않다. 사람들이 창문 밖으로 뚜벅뚜벅 지나가고 나는 세상 다 가진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들의 표정과 입술색과 입은 옷의 형태들과 거리의 간판들과 부질없어 보이는 쇼윈도와 매연을 마시고도 잘도 자란 거대한 나무의 녹색 잎사귀들을 본다. 나의 도착지는 아직도 멀었고 앞으로 얼마나 더 있어야 할지 미정이고 그저 나는 미소를 짓고 텍스트를 적었다.
오늘, 내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야겠다.
이 봄날의 여유가 사라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