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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낮잠 Dec 02. 2016

나의 서른 우나스요키 강

D-약 500일


    아빠의 사진을 한참 바라보았다. 우리가 얼마나 닮았을까요? 하고 묻고 싶었다. 

어디가 어떻게 닮았을까요? 함께 하지 못한 세월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피는 여전히 닮았을까요? 

보고 싶습니다 하고 말하고 싶었다. 일일 수첩이든 회사 모니터 옆이든 창가 액자든 어딘가에 놓고 매일매일 보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만약 그렇게 한다면, 부끄럽지 않게 또는 지금보다는 더 씩씩하게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아마 그럴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핀란드의 북쪽에 라플란드라는 곳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고요한 눈에 덮인 숲을 즐길 수 있으며 자신의 숨소리마저 크게 들릴 정도로 고요한 순간을 만날 수 있다고 B가 내게 말해주었다. 나는 일 년 뒤에 그곳에 가보자고 나와 약속했다. 그곳은 순록을 키우고 어업과 사냥을 주업으로 하는 라프족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사전에 적혀있었는데, 왠지 그곳에 도착하면 하얀 배경에 따듯해 보이는 모자를 쓴 아빠가 아니 아빠와 똑같이 생긴 누군가가 내게 멀리서 미소를 보내며 어서 와-하고 인사를 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또는 그곳이 내 마지막 종착지가 되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


    혹독한 추위에서 덜덜 떨면서 이러다 혹시 얼어 죽지는 않을까 생각하겠지, 순록 썰매는 비싸겠지 달리는 허스키의 넘치는 에너지를 보며 나는 왜 이렇게 열정을 잃었나 싶겠지, 누군가를 만나 각자의 삶을 죽 펴놓고 얘기를 나눌 수도 있겠지 돌아가기 싫네요 아니 집이 그립다며 따듯한 남쪽을 떠올리겠지.

  

  흰 눈 가득 바라보다가 결국에 어지러워지겠지. 이렇게 주절대기만 하다가 결국에는 오로라를 선연하게 상상만 하는 것으로 끝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실제로 마주치지 않고 그리워하는 것, 그게 나에게 어울리는 일이기도 하고 또 언제나 상상할 때가 그것만으로 어떤 하나의 쾌감이 들기도 하니까. 가질 수 없는 것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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