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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낮잠 Dec 07. 2016

last winter

어떻게 보내주어야 할까요



오리너구리 말고 오리를 사서 포장했다. 빨간 리본도 묶어주었다. 귀여운 고슴도치도 골라서 포장했다. 의미를 부여하면 끝도 없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다. 슬프고 평온하고 기쁘고 허무하고 정적이다가 울렁거리고 심심하고 병신 같고 괜찮고 잘될 거고 잘하고 있고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한다.


집에 체리가 도착했다고 한다, 문 앞에 박스가 도착했다고 했다.

빨리 퇴근해서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체리나 입에 넣으면서 책장을 좀 넘기다가 메이를 안고 침대 속으로 아래로 아주 깊이 가라앉고 싶다. 다시는 나오지 못하게 전기장판의 온도를 가장 높게, 가장 센 전자파를 내 몸에 흘려 넣고서 잠이 드는 거다. 그대로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 내년에도 어김없이 벚꽃은 피겠지만, 나는 그 아름다울 것이 한 편으로 두렵기도 하다. 만나지 않고도 살 수 있게, 이병률 화분을 읽는다.

맞아,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너에게 이를 수는 없을 거야. 너도 내게 완전하게 닿을 수 없을 거고.

    그래서 나는 기필코 어딘가로 가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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