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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낮잠 Dec 22. 2016

잠자는 고양이와

칠십억 년을

    요즘에는 딱히 선명하게 남은 꿈이 없다. 기억해내고 싶은 꿈이 없다는 말이다.

뭉개져서 기억이 아예 나지 않거나, 다시 기억해 내기 싫은 불길한 느낌의 꿈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기까지 시간은 멈췄다가 느리게 흘렀다가 재빠르게 지나가기를 랜덤으로 반복한다. 하루 종일 자전거나 타고 싶다. 암스테르담이라는 도시에서. 매여있는 게 없다 보니 자꾸 또 떠나고 싶다. 주머니는 비었는데 마음까지 비어버린 건지, 무언가로 채워 넣고 싶다. 그래서 배수아 작가의 책을 여러 권 구입했다. 재미있게 읽고 있다. 그녀처럼 늙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잘 모르지만. 아예 나는 그녀를 모른다고 해야 맞겠다.


    이제까지 찍어놓은 사진들을, 그러니까 컴퓨터에 자동으로 올려진 내가 지나온 삶의 흔적들을 훑어봤다.

굉장히 행복해 보이는 내 모습들이, 참 좋았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이미지화되어 정확하게 그 자리에 있었다. 내가 다녔던 여러 곳들과 기억 속에서 조금씩 지워지고 있는 기억들이 보고 있으니 감정들이 하나씩 되살아나서 찰나의 행복감이 스쳐갔다. 

    

    이 정도면 충분히 행복하고 처절하게 슬픈, 희극과 비극이 골고루 섞인 나름 만족스럽게 살아온 것 같다. 앞으로 이보다 더 행복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찍게 될까? 아니면 이제까지의 행복들만큼 얼마나 더 아파야 할까? 무섭다. 아니 두렵다. 예전에는 어찌 마냥 기대만 되고 그랬을까 확실히 나는 연못에 사는 물고기나, 체리농장의 종달새로 태어났어야 했다. 그냥 그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태어날 수 없기 때문에 그 경우에 행복하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잘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또 만족을 느끼고 인정을 받고 그렇게 스스로를 찾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아무리 살아도 저 지경에는 이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밤에는 아주 오색빛깔의 디즈니풍의 꿈이라도 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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