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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낮잠 Jan 03. 2017

1년 전 접어두었던 음악은 여전히 위로가 되었다.

Gem Club - Lands

2016. 마지막 날 최근 생각들의 정리


1년 전 딱 이맘때쯤, 나는 이 노래의 링크를 걸어두고, 글을 적고 있었구나.
다시 듣는 노래는, 역시나 내 감정을 대변하고 그때도 여전히 나는 나 그대로였구나.
그때나 지금이나 역시 나는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구나. 좋기도, 슬프기도 하다.
많은 것은 변했는데,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모양이다.


나는 언제부터 내가 받을 상처가 이렇게나 두려워진 걸까. 감정에 솔직해서 웃고 우는 것을 수없이 반복하는 내가 마침내 감정들에 지쳐버린 걸까? 얼마나 솔직했을까? 한치의 의심도 없었던 때가 그립다.


나는 일부러 찬바람을 맞으며 익숙하면서도 낯선 거리를 하염없이 걸었는데, 과거들이 지나쳐가고 지금 여기가 서울의 동대문 한복판이 아니라, 슬픈 거리가 아니라 나를 아무도 모르는 도시 발트 해 근처 어딘가 자작나무 숲 사이, 눈이 가득 쌓인 벌판을 걷는다고 상상했다.
곧 눈앞이 하얘졌다.  

시간이 한없이 우울하게 늘어져서 집으로 가는 길은 너무 멀게 느껴졌다.
기다리는 일을 하지 못하는 난, 누군가 약속을 깨는 것이 죽도록 싫은 난
내가 생각하기에도 구제불능이고, 이건 어쩌면 일종의 정신병 같다고 생각한다.
죽기 전에는 한 번쯤 제대로 된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고 싶기도 하다.

행복함이 줄어든 만큼, 고통 또한 줄어들긴 했을까? 아무리 걸어도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들은 나타나지 않았고 그러므로 마침내 노란 내 작은방에도착했을 때, 비로소 행복감, 안도감, 감사함을 느꼈다. 나는 이대로 여기서 따듯하게 조용히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또다시 1년이 지나왔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대로다. 희미하고 아렴풋하다. 다이애나가 터널에서 차 사고로 사망했던 기사를 보았다. 아침 한 시간 일찍 새벽에 출근을 했다. 하늘은 아주 예쁜 인디고, 태양은 서서히 노란 빛을 몰고 왔다.

사거리 횡단보도 앞.
아무도 없는 거리에 흰색 실선을 바라봤다. 초록빛으로 신호등이 바뀌기 전, 눈부신 불빛을 내며여러 대의 자동차가 빠르게 내 앞을 지나쳤다. 우회전을 하는 차들은 마치 나를 뚫고 지나갈 것처럼 달려왔고, 나는 그 앞으로 걸어 나가는 것을 상상해본다.



2016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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