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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낮잠 Jan 29. 2017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로즈 바나나를 먹었습니다만, 

오늘의 기록

나의 뿌리들을 자르고 잘라내도 잔뿌리들은 계속해서 나를 잡아끈다. 밖은 비와 눈의 중간쯤의 작은 흰 점들이 촘촘하게 쏟아지고 있어서 나는 따듯한 지하가 아닌 축축한 지상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커다란 창으로 회색 도시가 귀에는 infra5 다리에는 찬 기운이 마음에는 고독과 고통이. 고통과 고독 중 선택은 내 몫인데 난 고통도 고독도 싫어서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잠수교를 지나갔다. 이름처럼 다리는 금세 강물 바닥으로 잠겨버리고 나는 차오르는 찬 물속을 통과하고 있는 것이다. 내 귀에서는 지느러미가 돋고 차가운 물속에서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몸으로 멍하니 빗물이 되어 흐르는 눈을 바라봤다. 내 손에는 양파와 쑥떡이, 검은색 우산과 일회용 팩에 든 더덕구이가 있었다. 바닥에 와르르 쏟아진 물건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나는 혼자 서 있었다. 나는 더욱 씩씩해져야만 하는데, 누군가는 내게 이미 너무 세다고 말했다. 가능만 하다면 평범하게 사는 게 좋지요, 그 평범함이 내게는 너무 어려운 일 같기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연기를 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고통보다는 고독을 택하게 될 것 같기도 하고.


보고 싶다는 사람을 그저 보고 싶은 채로 남겨두는 것.

우리는 너무 다르다고 해서 헤어졌는데, 끝까지 너무 닮았던 걸까?

아주 잦게 반복적으로 소멸하고 싶다. 뒤이어 생성이 쫒아오지만 결국 마지막은 생성이 더 이상 따라오지 않는 소멸일 테다. 이미 너무 많이 살아버린 느낌, 기다리는 일은 좋은데 기다린다는 그 대상이 없어도 가능한 일일까? 아니, 실은 아무것도 기다리고 싶지 않다. 나는 고도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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