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낮잠 Jan 30. 2017

수취인불명

잠이 안 오긴 왜 안 오냐/

자야 하는데 괜히 시집을 폈다가 일기를 쓰고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를 몇 페이지 읽다가 타인들과 나눈 대화들을 다시 읽어보다가 결국 나는 그렇게 밤을 보내주고 말았다.




  우리는 아무도 뜨거운 물속에서 타오르지 않


  래서 잘 지냈어요? 요즘은 날씨가 침묵이 꿈속의

사람들이 무서


  그런 걸 사랑이라고 말하지 마 기분 나


  가 있는 곳과 해류의 방향이 겹쳐 있다면, 겹치고

겹쳐서 천천히 내 쪽으로 밀


  랜만이에요. 그냥 전화했어요. 이름을 불러보고

싶어서. 홍대 앞인데요. 자꾸 물속 같


  르는 불과 당신의 가장 선호하는 메뉴가


  영혼에 가까운 형태로 증류하는 것을 보라. 알코

올은 타오르는 물이어서, 젖은 불이어서, 어떻게 쏟

아지는지


  통령도 시에 나옵니다. 시에, 죽음의 시에 드디어


  먼 친구들이다 의외의 구름들이다 급류다 야 야

잠깐,


  다에 떠오르는,

  끔찍한 모양으로 변해가는,

  저 저 저


  를 보세요. 파도처럼 타오르는, 무너지는, 문득 멈

추어서, 멈추어서, 멈춘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 이장욱, 움직이는 바다(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삶을 긍정하고 싶다. 제발. 여름의 권태로움 보다는 오들오들 떨리는 겨울이 나는 좋아. M, 엄마 딸. 그러니까 네 동생이다. 이름은 아마 엄마 뿌리에서 가져오고 싶어. 더 이상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어. 순간의 기적은 짧고, 아름다운 것은 너무 짧고, 기린의 목은 긴데, 우리는 손바닥을 마주쳤잖아. 눈을 바라보고 웃었다고 생각했어. 행복해지려면 연애를 하라더라?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닌데. 나는 우울한 인간이 되어버린지 오래라고 말했어. 한 없이 밝은 네가 부럽다고 말했다. 맹목적인 몰입과 믿음을 잃어서 당분간 십자가 근처에 잠시 있겠다고 했어. 신은 없다고 하면서 말이야. 혼자서 행복할 수 있어서, 같이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싶어. 그 어두운 카페 웅장한 음악, 꽃병 앞에서 그, 그 차, 따듯한 거 그거 먹고 싶다. 액자에 끼워두었어. 확실히 말을 안하는데 내가 어떻게 아냐?라고 소리치면서 정작 나는 입을 다물고 있다. 그 저의가 뭐냐? 나를 걱정하는 건 맞냐? 나는 노력해봤는데 약속 말이야. 약속을 없던 일로 하는 거, 그거 앞으로도 난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미 다 커버렸는데 무조건적인 사랑을 기대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지. 수학 시간에 필요충분조건에 대해 배우면서 나는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울고 싶다. 나는 소금과 설탕을 기피하는 편인데. 좋은 사람들과는 울고 싶지 않아. 그렇지 원래, 다들 각자의 삶이 있는 건데. 어떻게 언제 또 하나가 될 수 있어? 이제 너무 늦었다. 물속에서 나는 새, 커다란 흰 가오리 그거 본 적 있어? 가능하다면 네게도 보여주고 싶다. 그 먼 곳에서 언제 올 거야? 우리 약속해. 나 이제. 출근을 하려면 자야 해서 이만..






작가의 이전글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