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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낮잠 Apr 04. 2017

언제나 그래 왔듯

나는 나를 데리고

어디로든 가야 하겠다. 어디로든 사라져야 하겠다. 장소를 정하지 못해서 티켓을 사지 못하고 있다. 가고 싶은 곳이 생각이 안 나. 티켓을 사고 싶은데 생각이 안 나. 마땅한 곳이 생각이 안 나. 그래서 곧 시무룩해지고 말았다.



어차피 삶은, 산다는 건 결국에는 혼자라 혼자 씩씩해야만 해서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으려 나는 홀로 무작정 어느 날 갑자기 떠나고 싶은 것이다. 모든 것에서 나 자신을 지우고 싶고, 안개같이 사라지고 싶다. 구름 속에 나를 묻고 싶다. 나를 그리워해 줄 누군가들이 있다고 믿지만, 그들이 나를 언제까지나 떠올릴 수 있도록 이기적이게도 나는 뜬금없이 사라져 버리고 싶다. 아주 조금도 집중이 되지 않고 자꾸만 허공에 잡다한 생각들이 계속해서 번져나갔다. 크게 울리는 무거운 음악에도 몰입되지 않아 나는 기름같이 둥둥 떠서 어딘가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심장이 멎을 만큼 짜릿한 순간들은 계속해서 나를 스쳐갔지만, 순간은 너무나 짧고 내 걱정만 했다는 그의 문장에 나는 또 눈물이 왈칵했으며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좋기도 또 두렵기도 했다. 어젯밤 나는 악몽을 꾸었다. 내가 임신을 했다고 했는데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몇 주간 술을 잔뜩 마시고 담배를 쉴 새 없이 폈으며 감기약과 모든 안 좋은 것들을 걸러내지 않고 막 지내와 버렸다. 그래서 나는 어마어마한 죄책감에 눌려 혹시 뱃속의 생명체가 잘못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구역질이 올라왔던 것 같다. 공포스러웠다. 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이. 게다가 그게 내 새끼, 내 핏줄이어서 더더욱 끔찍함이 밀려왔다. 무서웠다.


진짜.

누가 누구를 알까, 누가 누구를 아는가

누가 누구를 알 수 있을까 내가 너를 알 수 있을까?

내가 그를 알게 될까? 그는 나를 언젠가 알게 될까 함께하는 시간이 아주 길어진다면 혹시라도

당신은 나를 안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 나는 그제야 당신을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는 나를 알았을까? 나는 그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주 조금이라도?

아니,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할 것이다.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할 것 같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어 보인다. 불안함에서 벗어나 태연한 표정으로 살아가고 싶지만 매주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나의 빌어먹을 감정선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으며 여전히 나를 아프게 한다. 어디론가 나는 가야 하겠다. 종국에는 원하지 않아도 가게 될 어딘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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