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다. 그가 나의 아빠를 닮았다는 사실을.
시간이 꽤 흐른 후에, 그를 찬찬히 들여다본 후에, 우리가 조금은 가까워졌을 즘에 나는 그에게서 나의 사랑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았다. 희고 얇은 피부와 갈색의 눈동자와, 가끔씩 차가운 온도의 표정, 어떤 순간의 모습들이 겹치기 시작했다.
그는 다른 곳으로 움직이지 않고 내가 사라진 그 자리에서 우두커니 서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여러 번을 그렇게 그는 나를 노란 새끼 오리같이 우뚝 기다려주었다. 며칠이 지나고 문득, 내가 다시 그에게 돌아왔을 때 살짝 커지던 그의 갈색 동공과 반갑다는 표정이 떠올라 마음이 따듯해지고 말았다. 사랑스러웠다. 떠나지 않고, 언제나 기다려줄 것 만 같았다. 공기와 꿈, 그가 내게 공기와 꿈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