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낮잠 Apr 10. 2017

대낮의

상상


가끔 나는 멍하니 이런 상상을 한다. 상상은 자유고, 어디든 있을, 어디에나 없을 나를 상상해보는 것이다. 사실 별 의미는 없지만 그냥 조금이라도 덜 아쉬우려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냥 그냥 내게 만약 그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지금보다 훨씬 더 명랑한 인간으로 동물원에서 돌고래를 사육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만약 내가 여러 개의 삶을 살 수 있다면 하고 여러 모습의 나를 머릿속에서나마 그려보는 것이다.


그렇게나 원하는 G에서 자전거를 타고 구멍 난 운동화로 열심히 페달을 굴리면서, 푸른 숲과 씩씩한 나무들과 맑은 강을 끼고 바람을 얼굴로 들이받으며 달리는 삶. 소유욕을 모두 반납하고 어느 깊은 산으로 들어가 아침에 풍경소리를 벗 삼아 기도를 드리고, 파란 밤 노란 달을 바라보며 맑은 차를 천천히 마시는 삶. B, 어느 빌라 한 칸 기하학적 문양의 타투로 몸을 가득 채우고, 풀잎 꽃잎을 주워다 물감을 칠하고 글을 쓰며 시를 읊고 착한 눈동자를 가진 골든 리트리버 한마리와 함께 허우적대는 예술가로의 삶. 케이프타운 테이블 마운틴 아래, 향 좋은 커피콩을 갈아 아이스 라떼를 만들고 여러 피부색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에게 미소를 건네는 작은 카페의 바리스타로. 누군가의 아내로. 마침내 꿈에 그리던 그를 만나 레논과 요코가 되어 사랑 사랑 사랑 노래를 부르고 피렌체 두오모에 올라서서 사랑을 맹세하는 로맨틱한 삶. 상상이라서 결말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낼 수 있다. 글과 음악과 일과 그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들이, 내가 사랑하는 그들과 나를 사랑하는 그들이 참 많이 보고 싶은 대낮이다. 꽃이 여기저서 펴서 일까, 마음이 갈피를 못 잡고 붕붕 떠 있다. 지금처럼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언제나 그래 왔듯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