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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낮잠 Apr 12. 2017

달빛과 꽃잎이 흩날리고

우리는 접속

S를 만났다. 나와 너무 닮았고 또 앞으로도 닮을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언니를.

언니는 아기 1호를 유모차에 태우고 2번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전히 예쁜 모습으로. 여전히 블랙으로 둘러싸여서. 집으로 같이 걸어가는 사이 캄캄한 하늘에는 노란 달이 둥둥 떠 있었고, 연분홍 꽃잎들은 작게 부서져 흩날렸다. 우리 사이에는 공백기간이 꽤 있었지만 역시나 그 시간들은 하나도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너무 짧은 동안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었고, 나는 S는 어디 가고 엄마만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언니의 결혼식에 손거울을 선물했었는데 언니 자신을 결코 잃지 말라는 마음에서였다. 언니는 웃었다. 1호가 태어나고 난 후에야 정신이 들었는데, 차려보니 지금 이 상태에 놓여 있었고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를 재고再考했으며 지난 선택들에 대한 회고回顧와, 그리고 잃어버린 것만 같은 자신을 다시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혼, 이상, 현실, 꿈, 과거, 발걸음마다 떠오르는 그들에 대해서 말했다. 나는 언니랑 이렇게 이야기하는 지금 이 시간이 너무 행복해서 너무 슬펐다.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그리고 언니는 언제나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지켜내라고 강해지라고, 놓치지 말라고 말해주었었는데.. 우리 지금 잘 하고 있는 거 맞지? 내 눈은 그렇게 언니를 바라보았다. 언니가 말한 대로라면 요코와 레논은 나와 누구일까 언니와 190의 그가 되는 것일까? 우리는 도망친 것일까 무엇이 무서워서 두려워서? 현실로 가져 올 용기가 모자랐을까 언니가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생각이 난다는 고백을 했을 때, 어쩌면 나도 머지않아 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알면서도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이고, 아무렇지 않게 어머니가 되고, 와이프가 되고, 그렇게 조금씩 늙어갈지도 모른다. 잡히지 않아야 해, 서로가 서로를 결코 잡지 못하고 언제나 갈망할 수 있어야 해. 하지만 결혼이라는 건 너는 내게 마지막 사람이 될 거야, 그렇게 되겠지, 우리는 우리가 마지막이다 라는 안정감을 주는 대신 더 이상 서로를 갈망하지 않게 만들어버리는 거야,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돼. 그 이상한 소유는 우리를 결국 아프게 하고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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