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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May 02. 2020

좋은 일과 나쁜 일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는 거야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는 거야."

라고, 엄마는 언젠가 말씀하셨다.      


20대에 그 말은 그리 와 닿지 않았다. 뭐 하나 가진 것도 없고, 실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주제에, 내일은 뭔가 더 나아질 것 같은 배짱이 있어선지 내게는 나쁜 일보단 좋은 일이 더 많이 남아있을 것만 같았다.     


30대로 넘어오자 그 생각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점점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 내일도 뭐 비슷하겠지, 라는 체념적인 마음으로. 세상에는 어째, 좋은 일은 아주 가끔 경품 당첨처럼 찾아오는 것 같이 느껴지고 대부분은 아주 최악까지는 아닌 일로 채워져 있는 것만 같았다.      


20대의 내가 꿈꾸던 30대와 달리 나의 30대는 특별한 성공 없이 잔잔하게 이어졌고 나는 점점 재미없는 무채색 인간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이. 어중간한 채로.      


잔잔한 일상은 물론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무 일도 없이 산다는 게 정말 좋은 일일까? 그런 건 결국 나쁜 일이 일어나면 알게 되는 법이다.

좋은 일도 마찬가지. 나쁜 일을 겪고 나면 아주 작은 좋은 일도, 정말 좋은 일로 느껴지니까.

재미있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나쁜 일과 좋은 일의 기준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40대를 앞둔 지금이 되어서야 그때 엄마의 말씀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알아차린다.

단순한 문장은 오히려 시간이 좀 많이 지나서야 그 의미를 깨닫게 되는 때가 많은 것처럼.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는 거야.      


다만 궁금하다. 그때의 엄마는, 지금보다 좀 더 젊었던 나의 엄마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엄마와 다르게, 나는 그런 말을 해줄 딸이 없다. 그러니 그때 엄마의 마음을 나는 영원히 알 수 없겠지. 어쩌면.


때로는 가장 가까운 이의 마음을 가장 모를 때가 있다.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말들만 남을 뿐. 말을 꺼낸 상대조차 잊어버린 어떤 말들. 나도 누군가에게 했을 어떤 말들. 결국 사라질 말들.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는 거야.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살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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