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 11의 일기
2006. 1. 11.
T103. 북경 -> 상해. 3호차 95. (해가 진) 7시 51분에 출발.
잉쭤. 중국 기차의 네 가지 좌석 중 가장 저렴한, 딱딱한 의자. 이 좌석의 문제는 딱딱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조금 푹신하다- 나와 등을 맞대고 가는 뒷좌석의 사람과 등받이를 공유하는 탓에 몸을 기울일 수 없는 것에도 있지만, 더 큰 문제 중 하나는 마주보는 좌석과의 간격이 너무 좁은 탓에 다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만큼 가만히 두어야 한다는 그 답답함과 불편함에 있다. 13시간 동안 내 다리를 잠시 접어 의자 밑에 넣어 둔 가방에 집어 넣고 싶다.
다리를 잠시 꼬아보았다. 꼬았다기에는 들여 올려진 발이 안쪽으로 너무 꺾여 있고 한쪽 발을 지탱하고 있는 나머지 발이 저려온다. 다시 발을 정자세로 두어야 할 것이다. 그때 내려올 발이 내 앞에 엎드려 자고 있는 사람의 발을 건드리지는 않을지 신경이 쓰인다.
다리를 한 번만 쭉 펴봤으면. 구부린 다리에 안쓰런 시선을 보내던 순간, 앞 사람의 쭉 뻗은 다리가 나와 옆 좌석 사람의 다리 사이를 비집고 자리 잡은 것이 보였다. 아니, 이 사람은 이렇게 좁은 곳에서 혼자 다리를 쭉 펴고 있다니. 꽤심한 생각에 주변에 앉은 사람들의 다리를 보았다. 그런데 다리를 쭉 뻗은 건 앞에 앉은 그 교양 없는 사람만이 아니었다. 옆 자리의 사람들은 너무나도 편안하게 -잉쭤가 그렇게 편할리는 분명 없지만- 서로의 다리 사이로 자신들의 다리를 잘 뻗어두고 있었다.
난, 주변 사람과 나 사이에 내가 임의로 설정한 그 선을 넘지 않는 것에만, 아니 내 구역을 지키는 것에만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지만 그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공간 속으로 침범하여 잘 어울리고 있었다. 난 어쩌면 스스로 그어놓은 금 안에서 안절부절 못한채 어울리지 못하며 지내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북경에서 상해로 가는 밤 기차, 그 좁디 좁은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