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서울삼촌이라는 로망
집에서 쉑쉑버거까지의 거리에는 휘황찬란한 건물들이 가득 차 있다.
"얘들아 저것 봐. 건물들 이쁘지~"
지방에서 올라온 우리 조카들은 그 건물들을 휙 보았다.
"네!"
'정말 본 게 맞나?'
생각하는 순간에 그들은 이미 신호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번쩍이는 건물보다는 신호등에서 숫자가 나오는 것이 더 신기한 모양이었다. 껌뻑이는 숫자를 따라 세며, 초록불이 되면 튀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쉑쉑버거 도착.
햄버거 메뉴를 고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식당에서, 아이들은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그렇게 자리에 앉자 아이들은 핸드폰을 찾기 시작했다.
"엄마 핸드폰 봐도 돼요?"
깔끔한 미국풍의 처음 보는 햄버거집을 두고, 두 아이는 게임을 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나의 누나는 애들에게 밖에서 밥 먹을 때 핸드폰을 줄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제야 아이들이 작은 입을 벌려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여자아이는 올해 학예회에서 장구를 친다고 했다. 유치원 졸업반으로서 장구를 치는 거라며 신나 했다. 언니들도 다 쳤다고 했다.
"오 그래? 장구라니 재밌겠다"
나는 맞장구 쳐줬다.
그런데 누나가 눈치 없게도 맥을 끊었다.
"어? 채0아... 올해 장구 안 치고 뮤지컬 하잖아?"
여자아이 눈이 땡그래졌다.
"아 못 들었구나. 올해는 뮤지컬이래. 케이팝데몬헌터스로"
누나는 변명하는 듯한 말투로 부연했다.
"와 멋진걸? 케데헌이라니!"
실제로 나는 그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는 그렇지 않은 듯, 아무 말이 없었다.
"어..."
잘 보니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당황한 누나가 당황한 나를 보며 말했다.
"언니들은 다 장구를 쳤는데, 본인은 못 쳐서 슬픈가 봐. 어떡해 우리 딸"
덕분에 쉑쉑에 있는 내내 여자아이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단순히 말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라, 진짜 햄버거도 안 먹었다는 말이다. 따끈한 빵, 싱그러운 채소와 노릇하게 잘 구워진 고기가 든 햄버거가 식어갔다.
"이거 얼마나 맛있는데~ 정말 안 먹니?"
정통 미국햄버거로 점수를 따고 싶었던 삼촌은 애가 탔다.
"엄마가 미안해. 괜한 걸 지금 얘기해서"
그녀의 엄마도 전전긍긍했다.
그 시위가 벌어지는 와중에 남자 조카는 조용히 오물오물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목메니까 콜라랑도 같이 먹어~"
그러자 그는 "저는 콜라를 안 먹는데요?" 하며 벌떡 일어나, 물을 받아와 벌컥벌컥 마셨다.
새로 산 콜라가 그대로 버려지게 생겼지만, 그 몸에 안 좋은 것을 안 먹는다니 차리리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도 햄버거 맛있지?"
"네!"
아이는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심이라고 생각했다.
그 덕에 신이 난 나는 더 캐묻듯 물었다.
"맥도날드랑 비교하면 어때?"
"저는 원래 햄버거 잘 안 먹어요"
"아 그렇구나~"
그렇게 서울에서의 첫 끼니는 마무리되었다.
쇼핑몰을 조금 더 돌며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 가족은 다시 집에 가길 원했다.
'그래 피곤하겠지'.
뭔가 섭섭할뻔했다. 하지만 진짜 일정은 내일부터이니 나는 그때도 걱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