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서울삼촌이라는 로망...
서울에 오느라 지친 누나와 조카들을 이끌고 집으로 갔다.
추워하는 조카들을 따뜻한 집으로 데려갔다. 공항과 비행기와 지하철을 돌아다니며 더럽혀진 옷으로 집안을 휘젓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위생에 민감한 나지만 애들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한마디 했다.
"얘들아 집에 오면 손부터 씻어야 해~"
"네~"
착한 아이들은 욕실로 들어가 내가 아껴 쓰는 이솝 핸드워시를 샴푸처럼 짜며 손을 씻었다.
수건으로 손을 대충 닦으며 나오던 유치원생 여자 조카가 눈이 댕그래져서 한마디 했다.
"삼촌 이거 샀네요?"
이사 오며 새로 산 거실 테이블을 아이는 정확히 맞춰냈다.
"어유! 그것도 기억해 주고! 똘똘이!"
나는 진심으로 대견해하며 그녀에게 화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또 자신 있게 창가로 가서, "커튼도 바꿨네요?" 했다.
"응? 삼촌 그 커튼 원래 있었는데?"
그녀는 당황했다.
"저는 하얀색인 줄 알았는데, 회색이네요"라고 정정했다.
그녀의 깔끔한 인정을 들으며, 나는 그들의 캐리어를 옮기고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여자아이는 또 입을 움직여 삼촌을 불렀다.
"소파는 새로 산 거… 아니죠? 맞나?"
소파는 내가 5년간 열심히 사용한 소파였다. 그녀의 나이와 얼추 비슷할 정도로.
"왜? 새 거 같아?"
"뭔가 새로운 느낌이라서요. 새 거죠?" 그녀는 매우 골똘히 고민하는 눈치였다.
"땡. 쓰던 거야"
그녀는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갑자기 다시 욕실로 호다닥 뛰어갔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아마 멋쩍음을 변기에다 버리려 했는지도.
그녀가 사라진 공간을 다시 보니, 초3 남자아이가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쥔 채 나를 골똘히 바라보고 있었다.
"삼촌 스파이더맨요"
나는 그 말의 뜻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를 켜달라는 뜻이었다.
"우리 지금 쉑쉑버거 먹으러 바로 나갈 건데~?"
나는 애들 첫 끼니로 쉑쉑버거를 데려갈 계획이 있었다. 지방에는 거의 없는 쉑쉑. 조카 친구들 중에 먹어본 애가 거의 없을 그 쉑쉑. '삼촌 덕분에 먹어본다니, 얼마나 기억에 남을까?' 상상하며 짠 계획이었다. 물론 누나의 의견도 반영된 것이었다. 누나도 쉑쉑을 먹고 싶어 했으니까.
그러나 조카들은 쉑쉑의 쉑도 알지를 못했다.
"그냥 집에서 시켜 먹으면 안 돼요?"
나는 말문이 막혔고, 그때 그들의 친모가 나섰다.
"서울 왔으니 바람도 쐴 겸 나가야지"
아이들은 아무말 하지 않았다.
그렇게 애들은 집에 온 지 20분 만에 우리의 손에 이끌려 다시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