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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캉생각 Jan 12. 2023

아버지가 쓰러지셨다고요

그날 새벽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날 새벽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전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가장 빠른 기차를 잡아

무작정 고향집으로 달렸습니다.


초조한 마음에 기차를 탄 내내

눈감고 한참을 가다 정신을 차려보니

제 좌석은 역방향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앉아야 하지만 한 번도 앉아보지 않은 자리

이번엔 목적지만 중요했기에, 방향을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게 기차는 앉아있으면 멀리 있는 것이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는데

그날의 기차는 가까이 있는 것이 멀어지는 풍경이었습니다.


문득 숨만 겨우 쉬고 있다는 아버지에게

나는 가까워지고 있는 것일까

멀어지고 있는 것일까 무서워졌습니다


잠시 스쳐가는 가로수마저 아쉬워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보이는 것을 보지 않아 버리면 영영 보지 못할까 봐

무의미하게 지나간 나무를 잡아 헤아리기도 했습니다.


거꾸로 앉았어도 시간은 흘렀고

반대로 앉았어도 저는 가야 할 곳에 가있었습니다.


인생은 무엇일까요?

제가 멀어졌다고 생각한 것은 무엇이고,

가까워졌다고 생각한 것은 무엇이고,

잡아 헤아린 나무는 또 무엇이엇을까요?


혹시 다 정해진 것이었나요?

제가 택한 방향은 보는 풍경만 바꿀 뿐이었을까요?

저는 아직 그날 새벽을 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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