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

2022.11.18.

by 윤윤

빠빠 빠빠빰 빠빠라바빠 빠빠라바빠 빠빠빰 빠빠라밤

빠빠빠 빠빠라밤빰 빠빠빰 빰빠라밤

"치-익, 아, 아 기상, 기상-"

아침 6시, 육군 군필자라면 잊을 수 없는, 육군훈련소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도 언젠가 한 번쯤 들어보았을 기상나팔 소리를 듣고 번쩍 눈이 뜨였다. 참으로 화가 나게 잠을 깨우는 목적성에 아주 알맞은 음악이었다. 신기하게도 이 방송을 듣고 나뿐만 아니라 이 생활관의 모든 분대원들이 깨어나는걸 보니 작곡한 분에게 따봉을 올려주고 싶었다.

평상시에는 기상한 이후 야외에서 아침점호를 이후 도수체조 같은걸 해야겠지만, 현재 훈련소 방침 상 입소후 일주일(8일차 오전)까지 코로나 전파를 방지하기 위하여 생활관별 격리를 실시하기 때문에 점호는 생활관 내에서 실시하였다. 그 전에 누워서 스트레칭 하는 방송을 틀어줬는데, 좁은 생활관에서 16명이 덜 깬채로 꿈틀거리는 모습이 마치 떡밥통의 지렁이 같았다......

아침 점호는 침상 끝에 앉아서 실시하는데, 이게 은근 오래 한자세로 앉아있으면 다리가 저리고 힘들다... 점호는 인원 및 환자 파악과 보고, 애국가 제창, 당직사관의 복무신조(우리의 결의)와 병영생활 행동강령 선창에 이어 복창하기 순으로 진행되었고, 이후 생활관 내에서 아침식사를 하였다.


격리생활 때 식사 순서는 먼저 생활관 자기 자리에 책상을 펴 놓고, 미리 생활관 내에 나눠진 식판에 일회용 비닐을 끼우고, 포카락 혹은 숟가락을 받아서 대기하다가 배식 순서가 되면 복도로 나가서 밥을 받고 다시 생활관 내에 들어와 자기 자리에 앉아 먹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취사장에서 밥, 국, 반찬통, 숟가락통을 끌고 와서 일일히 배식, 그리고 짬통 배송까지 해야했던 분대장님들의 고생이 어마어마했다. 밥을 먹은 이후 역시 단체 격리중이기 때문에 남은 짬 버리는 것도 생활관별로, 아침 세면시간도 생활관별로 통제를 받아 진행되었다. 이것도 다 분대장님들의 수고가 들어간 일이었다.

아침 메뉴는 쌀밥과 오징어국, 불고기, 계란장, 김치가 나왔는데 전반적으로 밥의 양은 많고 반찬의 양은 적었다. 국의 양은 밥을 말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많았으나 국물을 한숟가락 떠서 먹으니 아 이게 바로 X국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오늘 오전의 첫 일과는 코로나 PCR 검사였는데, 공지사항 방송을 들으니 내일 나오는 검사결과에서 양성이 나오면 바로 퇴소조치 이후 나중에 재입소하게 된다는 무시무시한 말이 있어 다들 제발 음성이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검사를 받았다. 코를 찔리는 느낌은 몇번을 당해도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이후 점심 전까지 기본적인 훈련소 생활 교육을 받았다. 먼저 들은 소식은, 원래는 훈련병들이 29연대의 생활관을 써야 하나 지금 그곳이 공사중인 관계로 불편하더라도 1월까지는 여기 입영심사대 건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침대도 없고 TV도 없고 온수는 왔다리갔다리 하고 가끔 방송시에 볼륨이 높아지면 마이크가 나가버리는 이 생활관을 수료할 때까지 써야한다는 이야기였다. 또한 여기는 세탁시설이 열악하여 손빨래를 하거나 세탁추진(월수금 속옷, 화목 전투복, 금 활동복)을 보내면 다음날 사이즈가 약간 줄어서 올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 그래서 첫 날에 옷은 넉넉한 사이즈로 고르라고 했구나......

그 다음으로는 의무지원 체계(의무실->지구병원->상급병원), 기본적인 군법, 상담실 이용, 마음의 편지(불편사항이나 건의 등등..) 설명과 훈련소에서 지내는 동안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와 페널티에 대한 내용이 이어졌다. 뛰어난 성과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받는다는데, 늙고 병든 나는 그것보단 중간이라도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은 계속 이어졌는데, 전체적으로 3주간 어떤 훈련을 받는지, 그 내용을 미리미리 비치된 책자를 통해 분대원들끼리 자율적 선행학습하는게 바람직하며, 훈련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중요한 것은 제식라는 말, 기본적으로 훈련들은 체력단련이 목표여서 모두 참여하는 것이 원칙이며, 몸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소견서 등의 근거를 토대로 허락을 받고 빠질 수 있다는 내용 등을 들었다. 그 와중에 책자를 들추어 보다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대부분의 훈련 목표에서 현역과 보충역의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제식훈련의 경우 현역병의 목표는 제식의 완성이지만 보충역의 경우는 제식의 행동화라고 되어 있다. 역시, 국방부에서도 나같은 사람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는 것 같아 나름의 안심이 되었다.


이후 점심시간, 1소대 1분대인 우리 분대는 아침엔 첫번째로 밥을 받고 점심엔 마지막으로 받았는데, 순두부찌개가 모자라서 대신 고기반찬 더 많이 받았다. 맛없는 국 대신 고기가 많아 소소한 행복이 있었다. 이후 아침과 같이 생활관별 순서대로 짬 버리기, 세면실 사용이 진행되었다. 화장실은 언제나 갈 수 있기는 한데, 거기서 양치질을 하면 안 된다. 우린 격리중이니까.


오후에는 다시 군가 연습(육군가, 육군훈련소가)과 기본적인 안전교육, 군대 예절교육(관등성명, 다나까와 같은 어투 등)이 있었다. 군대 관련 일화나 시트콤 등을 보면 말투나 압존법 등등으로 혼나는 훈련병이나 신병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우린 역시 보충역...이라 그런지 누가 봐도 이상한 행동을 하는 친구들도 생각보다 많이 혼나지는 않았다. 그런 행동을 하는 친구들을 우리 분대원들은 공익행동을 한다고(...) 명칭했다.

이후에는 저녁까지 다시 기본적인 제식을 침상에서 일어서서 연습했다. 4번 친구는 목발없이 반깁스를 한 발을 땅에서 떼고 남은 한발로 좌향좌 우향우를 열심히 했다. 한발로 잘하는 것이 신기하기는 한데, 어제부터 자꾸 다친 다리에 자극이 가니 조금 걱정되기도 해서 쉬는시간에 말을 걸었다. 알고 보니 이 친구는 훈련소오기 이틀전에 풋살을 하다가 오른쪽 발목을 접질려서 이렇게 되었단다. 그래도 훈련을 미루기는 싫어서,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는 소대장님에게 죽어도 하겠다고 해서 들어왔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긴 하지만, 불쌍하게도 반깁스때문에 어제 샤워도 제대로 못 했을 것 같아 이따 샤워할때 붕대를 풀고 다시 감아주기로 했다. 그저 하나의 무력했던 훈련병인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조금 기뻤다.


오후 6시가 되어 저녁도 이전과 같이 식판에 비닐을 씌우고 이번에도 마지막인 우리 차례를 기다렸는데, 우리 분대 앞에서 밥이 다 떨어졌다. 분대장님들이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여 밥을 구해다주셔서 다행히 먹을 수는 있었지만, 이미 반찬이랑 국은 식어서 더 맛이 없는 저녁이 되었다. 이게 바로 식이조절 다이어트지.

그리고 어제처럼 순서대로 샤워하고 잘 준비를 했는데, 오늘은 그 전에 중요한 일이 있었다. 4번 훈련병 다시 반깁스 붕대 감기. 똑같은 붕대로 며칠동안 걸어다녔더니 붕대가 너무 더러워지고 손상되어 있어서, 내가 라운지에 나가 담당 분대장님께 4번 훈련병 반깁스 하기위해 붕대와 면 테이프가 필요하다 말씀드렸다. 그러자 분대장님이 3번 훈련병이 4번 훈련병 반깁스하는 것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어보셨다. 내가 책임지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더니 지금까지 본 훈련병 중에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훈련병은 처음 본다고 껄껄 웃으시며 물품을 주셨다...

생활관으로 돌아와 보니 이미 4번 친구는 에어파스를 발목에 뿌리고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늘 취침시간은 21시라는 방송이 나와 시계를 보니 시간이 10분도 남지 않았다. 갑자기 타임어택이 들어와 큰일났네 생각하면서 먼저 이불을 깔고 일을 시작했는데, 오랜만에 하는 것이다 보니 내 머리와 손발이 따로 놀기 시작했다. 원래 급하게 하면 잘 안되는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붕대를 감다가 보니 아 발바닥에 양말을 깔아서 편하게 하면 좋을텐데 생각이 들어 다시 붕대를 다 풀고 양말을 발바닥쪽에 넣고 다시 감고...... 내가 책임지겠다는 말을 괜히 했나 약간 후회가 되었다. 간신히 붕대를 다 감고 테이프로 마무리한 이후에 자리에 헐레벌떡 누웠다.

그리고 숨을 고르며 하루가 어떻게 잘 갔네 생각하면서 잠이 들었다. 내일도 다같이 아침 6시에 일어나겠지 하고 예상했는데, 그것은 반만 맞게 되었다. 내일은 휴일이라 다른 분대원들은 7시에 일어나고, 불침번 마지막이었던 나만 6시에 일어났던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