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5.
오늘은 금요일이다. 오늘이 힘들어도 내일은 주말이니까, 내일이면 쉴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버티리라 다짐했는데, 이날은 정말 버텨야 하는 날이었다.
이제 격리가 해제되었으니, 밥은 입영심사대 안에 있는 취사장에 가서 먹어야 했다. 취사장은 생활관과 같은 건물에 있지 않아서, 밥을 먹으러 갈 때마다 분대별로 다 같이 모여서 2열로 제식을 맞추어 걸어가야 했다. 물론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이제 우리 중대에서 분대별로 추첨을 통해 업무를 나누어 맡게 되었는데, 그중 한 분대가 배식과 배식마무리(잔반처리, 식기세척)를 하도록 하여 훈련병들끼리 배식과 잔반처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 분대는 다행히 거기에 걸리지는 않았고, 그 대신 분리수거 일을 맡게 되었다.
오전 일과는 수류탄 투척 훈련이었다. 오늘 투척은 실제 수류탄 대신 연습용으로 던진다고 이미 들어서 큰 걱정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수류탄 투척 훈련장까지 걸어갔다 왔을 때 내 발이 성할지가 더 걱정이었다. 어제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어, 걸을 때마다 다리와 발이 불편했다. 출동하기 전에 소대장님께 이러이러해서 발이 아픈데 혹시 군화 대신 운동화를 신고 훈련에 참여해도 될지 여쭤보았고, 다행히 허락해 주셨다.
수류탄 훈련 교장은 화생방훈련장보다 더 가까이 있어 어제보단 걷는 것이 수월했지만, 걸을 때 발목과 물집 잡혔던 자리는 계속 불편함이 있었다. 그리고 총이 무게와 길이가 있어 낮은 경계 자세로 계속 들고 가니 손목과 어깨가 불편했다. 누가 총은 무겁고 긴 아령이라고 했는데 맞는 것 같기도.
수류탄 투척은 구령에 맞추어 정해진 순서에 따라서 던진다. 수류탄을 받고 표적 확인 후, 안전클립 제거, 안전고리에 손가락 넣고, 안전핀 빼고 수류탄을 던지면 된다. 안전핀을 빼면 약 3초 후에 터지기 때문에 미리 표적을 확인하고 신속하게 던져야 한다. 개별 동작을 연습한 이후, 숙련된 분대장님의 시범을 보고, 10열로 맞추어 서서 앞 오에서부터 차례대로 중대장님의 구령에 맞추어 수류탄 투척을 실시했다.
비록 오늘 던지는 것이 연습용 수류탄이지만, 크기나 무게가 실제 수류탄과 똑같이 만들어져 있고, 실제 수류탄 같이 철 파편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터지면서 연기가 나오는 구조로 되어 있어 잘못 투척할 시 다칠 수 있어 약간 긴장하면서 사로에 들어갔다. 손에 잡은 수류탄의 느낌은 생각보다 조그맣고, 생각보다 묵직한 느낌이었다. 사이즈는 테니스볼 보다 작은데 무게는 농구공보다 무거운 느낌. 안전핀을 뽑고 첫 수류탄을 던지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내 생각대로 잘 날아가지는 않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던 것이, 내 옆 사로에 있던 훈련병은 내 바로 앞쪽으로 수류탄을 던졌다. 위험할 정도로 가깝진 않았지만 마스크를 썼어도 매캐한 냄새가 느껴질 정도였다. 우리는 각자 총 네 개씩의 수류탄을 던졌는데, 나는 이전 교육 때 각 투척 시 점수를 매겨 4번 다 기준 미달이면 주말에 보충수업이라는 말을 들은 것이 생각나 남은 세 발을 필사적으로 열심히 던졌다. 뭔가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나중에 보충수업을 듣지 않은 것을 보면 기준은 잘 통과했나 보다.
생활관으로 돌아와서 장구를 정리한 후, 다시 점심식사를 하러 나가는데 발이 아파서 나가기는 싫고, 그렇다고 해서 안 먹자니 배는 고프고...... 물론 군대에서는 식사를 거르는 것이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내게 선택지는 없었다. 다행히 오늘 점심은 고기반찬이 많아서 좋았다. 다시 돌아와서 고생한 내 발목에 파스를 붙여 주었다. 다행히 물집이 더 생기진 않았고, 생길락 말락 한 자리에 물집방지패드를 붙여주었다.
오후에는 다시 밖에 나가서 전에 선행학습 했던 지혈대 적용, 심폐소생술, 부상자 운반법 평가를 보았다. 지혈대 적용은 원래 사지에서 상처가 난 부위 위쪽을 하는 것이 원칙인데, 실전에서는 전투복을 입고 있을 시에 상처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고, 정신없는 상황일 경우가 많아 팔의 경우는 겨드랑이 쪽, 다리의 경우는 사타구니 쪽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적용하는 시험을 보았다. 2인 1조로 해서 한 명이 누워있으면 채점하는 분대장님이 왼쪽/오른쪽 팔/다리 부상! 이라고 말씀하시면 다른 사람이 가서 올바른 위치에 지혈대를 묶는 방식이었다. 지혈대를 적용할 때는 정말로 피가 통하지 않게, 연필 한 자루가 사이에 들어가지 않게 꽉 묶어야 해서 묶인 부위에 통증이 심하게 생긴다. 실제라면 총상 등의 통증이 더 심해서 지혈대의 통증이 크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우리는 그런 상황이 아니어서 지혈대로 묶인 사람들은 실제와 같이 비명을 지르는 훌륭한 연기(?)를 잘 수행해 냈다. 수십 번의 비명소리 이후에 우리 분대는 모두가 잘 통과했다.
다음은 심폐소생술 평가가 있었다. 보통 병원 바깥에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때는 환자 평가 후 옆의 두 사람을 지목해서 한 명은 119, 한 명은 AED를 가져 다 달라고 시키는데, 그때 하는 멘트가 모르는 사람을 가정하고 모자 쓴 남성분, 흰색 옷 여성분 이런 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옷차림 등으로는 서로 구별이 되지 않아서... 그냥 몇 번 훈련병이라고 불렀다. 각자 절차대로 잘 시행하는지, 가슴압박 깊이와 속도는 적절한지 등을 시험 봤는데(인공호흡은 코로나 등 이유로 시행하지 않음), 내가 평가를 본 이후 분대장님이 잘한다고 칭찬해 주셨다. 괜스레 쑥스러웠다.
부상자 운반법은 여러 방법이 있지만 오늘은 끌기법, 안장법 2가지를 실시했다. 3인 1조로 조를 짜서, 몸집이 작은 사람이 부상자 역할을 했는데 우리 조의 1, 2, 3번 중에 1번 친구가 제일 작아서 연병장 바닥에 드러눕고 질질질 끌리게 되었다. 나랑 2번 친구는 끌고 드는 역할을 맡았는데, 조끼와 헬멧, 총을 다 든 상태에서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끌기법을 할 때는 한 손으로 총구를 가상의 적을 향하여 겨눈 상태로 다른 손만으로 끌어야 하고, 안장법을 할 때는 총을 뒤로 메고 두 명이서 한 명을 완전히 들어서 옮겨야 하니 힘이 많이 들었다. 어쨌든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모두 통과하였다.
훈련을 마치고 다시 생활관에 들어오니 네 시 정도가 되었는데, 아직 해도 다 안 떨어졌는데 나와 다른 친구들의 기력은 지하실을 뚫고 들어가고 있었다. 부식으로 트윅스, 프로틴초코바, 포카리스웨트, 콜라 등이 한 번에 나왔는데, 그동안 격리 중이라 못 받았던 것을 한 번에 주는 듯했다. 평소에 시끄러웠던 우리 분대도 지금은 다들 힘들어서 묵묵히 먹고 마시고 쉬었다. 원래 오늘 이 시간에 체력측정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간부님들도 이 스케줄은 무리라는 것을 알고 우리를 배려해 주신 것이 아닐까.
군인은 밥을 먹는 게 의무니까, 다들 구시렁거리며 다시 정렬하여 열심히 저녁을 먹으러 갔다. 하지만 맛이 없어서 매우 슬펐다. 그리고 다시 구시렁거리며 생활관으로 복귀했다. 샤워 전 양말을 벗고 물집방지패드를 떼는데, 붙였던 곳 살갗이 약해져 있어서 벗겨질 것만 같았다. 다음부터는 밴드를 먼저 붙여야 할까 싶었다.
씻고 누워있다가, 장갑(털장갑, 전투장갑), 군번줄을 받았다. 군번은 나중에 준다는데, 전쟁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그것인가 싶었다. 새삼스레 군인이 된 느낌이 나서 피식하고 웃었다.
어제 불침번을 섰으니, 오늘은 아직 내 불침번 차례가 돌아오지 않아 편하게 잤다. 다리도 아프고 온몸이 쑤시는 것 같지만, 이제 주말이니 마음 편히 쉴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