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8.
긴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이 되었다. 어제보다 한 시간 일찍 여섯 시에 기상하여 아침점호, 도수체조, 분리수거 이후 아침밥을 먹었다. 해가 아직 떠 있지 않은 시간에 움직이려니 아직 날이 추워서 굳은 몸이 풀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오늘은 바람도 많이 부는 듯했다.
오늘의 일정은 개인화기(1일차), 즉 총기를 다루는 법을 익히는 날이다. 실제 사격은 내일 예정이고, 오늘은 기본적인 총기 분해와 조립, 사격자세, 응급조치 등을 배워서 평가를 받았다.
이날의 군장은 저번주의 공격배낭(작은 가방에 필요한 것 몇 가지)과는 달리, 공격군장이라고 하여 더 큰 가방을 사용했다. 먼저 큰 가방 안에 침낭, 판초우의, 모포, 도시락통, 총기분해도, 식판을 넣는다. 전투복 위에 탄창 4개를 넣은 조끼를 입고, 방탄모를 쓰고, 방독면가방을 차고, 짐을 다 넣은 큰 가방을 메고 탄창을 끼운 총을 들면 준비 끝이다. 다 준비해서 일어서려니 저번 주에 비해 무거워진 가방 때문에 허리가 저절로 앞으로 굽혀진다. 훈련장까지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다리와 발에 걸리는 부담이 심한 것이 느껴진다. 날씨가 쌀쌀했는데, 이 수많은 짐으로 몸을 감싸지 다행히 춥지는 않았다. 다행히 오늘 간 훈련장은 생활관에서 멀지 않아서, 발과 발목이 아프기 시작할 때쯤에 훈련장에 도착했다.
오전에는 어제 선행학습했던 총기분해와 조립, 안전점검, 응급조치에 대한 연습을 실시했다. 총기분해와 조립, 안전점검까지 세트로 하여 3분 안에 해야 평가를 통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제보다는 조금 더 속도를 붙였다. 각자 챙겨 온 총기분해도를 바닥에 놓고 연습했는데, 역시 부품의 이름을 말하면서 조립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계속 중얼거리며 하다가, 다 같이 맞춰서 연습해보니 마치 타령 혹은 노동요를 부르면서 작업하시던 선조들 같은 느낌이 났다. 곡조를 붙여서 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눈치가 보여서 그럴 수는 없었다. 조립이 끝난 이후 안전점검을 해서 잘 조립되었는지 확인하는 것까지 마치면 끝나는 것인데, 속도를 높여서 하니 3분이라는 시간이 매우 충분해 보였다. 응급조치는 탄이 총기에서 발사되지 않을 때 혹시 총기에 탄이 끼어있지 않은지 검사하는 것으로, 총구를 사람에게 돌리지 않는다는 것만 주의하면서 하면 쉬웠다.
도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연습하는 곳에는 위에 지붕이 있어 비를 맞진 않아도 되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온도도 떨어지고, 걸어올 때 흘렸던 땀이 식어서 더욱 춥게 느껴졌다. 손이 시릴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조금 더 따뜻하게 입고 올 걸 하는 생각을 했다.
점심시간이 되어서 배식을 받아 밥을 먹는데, 마라탕이라고 이름 붙여진 마라맛 국을 한 숟가락 뜨니 목을 따라 온기가 느껴졌다. 평소에는 국이 맛이 없다고 잘 먹지도 않았는데, 날이 추워서 그런지, 혹은 야외에서 먹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오늘따라 맛있었다. 분명 밥도 똑같은 밥일 텐데, 오늘은 맛이 좋아 받은 음식을 순식간에 다 해치워버렸다. 다른 분대원들도 오늘따라 밥이 맛있다며, 밥을 허겁지겁 다 먹어치웠다.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참호 안에서 군인들이 밥을 그렇게 맛깔나게 먹던데, 이게 다 고증이 잘 된 것이다.
오후에는 먼저 아까 연습했던 총기분해조립과 안전점검, 응급조치 시험을 보았다. 오전에도 열심히 했고 어제부터 연습한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우리 분대는 다들 무사히 통과했다. 나는 총기 분해 후 조립을 할 때 순서가 꼬여서 살짝 템포를 놓쳤는데, 천천히 정신 차리고 하니까 3분 안에 여유롭게 모든 것을 마칠 수 있었다.
이후에는 내일 사격을 위한 자세연습을 했다. 서서 쏴 자세에서 엎드려쏴 자세로 전환해서 자세 잡기, 다시 서서쏴 자세로 전환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엎드려쏴 자세에서 사격하는 연습을 했는데, 이때 격발시 최대한 총기가 흔들리지 않게 해야 했다. 먼저 엎드린 상태에서 격발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다리를 최대한 지면에 붙이고, 발목도 밖으로 90도 꺾어서 발목 안쪽이 지면에 닿게 한다. (이전에는 발끝을 세운 자세를 했을 때 발뒤꿈치에 총상을 입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개머리판은 빗장뼈(쇄골)에 고정시켜 최대한 움직이지 않게 하고, 격발 할 때는 검지손가락에 힘을 빼야 총의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연습한 이후, 분대장님이 분대마다 돌아다니면서 평가를 했다. 격발시 총기가 덜 흔들리는, 잘하는 사람들을 각 분대별로 반반 나누어 뽑아서 내일 먼저 사격하게 한다고 하셨는데 나는 그래도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서 먼저 쏘는 조에 뽑히게 되었다. 별것도 아닌 것 같지만 새삼 뿌듯했다.
다행히 비는 그쳤고, 촉촉히 젖은 길을 걸어 생활관으로 복귀하니 오후 4시쯤이 되었다. 오는 길이 가는 길보다 더욱 힘들다고 느꼈는데, 신발과 양말을 벗어보니 역시 물집이 더 생겼다. 물집방지패드를 하고 활동화를 신었는데도 이러면...... 역시 내 발이 저주받은 게 아닐까?
저녁 메뉴로는 지파이가 나왔는데, 오늘 점심보다 맛난 메뉴였음에도 불구하고 점심이 더 맛있었다고 느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그러했다고 하니, 역시 바깥에서 먹는 밥이 더 맛있는 법이다. 그리고 후식으로는 샤인머스캣주스가 나왔는데, 라벨에 당당히 청포도추출액과 샤인머스켓향이 첨가되어있다고 해서 역시 이런 맛인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샤워와 청소 이후, 오늘은 보통의 저녁점호 대신 총기점호를 했다.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그냥 점호 시간에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총기 부품을 닦고 손질하는 것이다. 내일 이 총으로 사격을 해야 하기에 부품 하나하나를 열심히 닦으면서도, 과연 잘 발사될지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다. 점호 이후 누워서 혹시 발사가 되지 않고 터지면 어떡하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해보고, 사격 잘하면 뭔가 포상을 준다는데 나도 잘 쏴보고 싶고. 내일은 훈련장이 멀다는데, 발은 잘 버텨줄려나.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곯아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