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국에도 잠시나마 누군가와 술자리나 밥자리를 갖는 것은 하루의 위안이 된다. 시국과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건 이제는 괜찮아졌건 간에 결국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서로의 하루를 들어주며 상대에게 잠시나마 토닥토닥을 받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 자체가 눈치 보이는 시절에도 누군가와 함께 있길 원하는 것은 그만큼 요즘 삶이 고단하다는 것일 게다. 그래서 한 번을 만나도 하루의 고단함이나 인생의 고단함을 잠시라도 잊게 해줄 수 있는 분위기나 음식이 있는 곳에서 만나고 싶다. 뭘 하든 결국 먹고 살려고 하는 것인데 고생한 만큼 분위기를 먹든 맛있는 음식을 먹든 둘 중 하나라도 챙겨야 할 것 아닌가? 어쩌면 행복이라는 것은 그저 함께 있으면서 나눌 수 있기에 쉽게 잊히면서도 가장 가까이 있나 보다.
그런 점에서 합정의 시소는 위치로 봤을 때 오히려 행복을 잊을 수도 있지만 행복을 느낄 수도 있는 곳이다. 상수역과 합정역 사이 그 어딘가에 조용히 건물 3층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술집. 건물 3층이라면 당장 힘든 와중에 3층까지 올라가는 것은 고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어차피 힘들었던 거 조금 더 힘들어진다고 다를 것도 없다. 3층까지 천천히 올라가면서 그 날 하루에 있던 고난을 정리하면 함께 하는 사람과 제대로 대면할 때도 무엇을 나눌지 생각하기에 좋기도 하다. 어쩌면 3층이라는 위치로 인해 시소는 행복을 향한 구도의 길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건물 자체가 작은 만큼 내부도 그렇게 넓지 않다. 아늑한 불빛 아래 크고 작은 테이블이 놓인 아담한 술집이다. 각종 SNS에서 감성 술집으로 언급되는 술집들보다 훨씬 감성이 넘친다. 왜 그럴까 했는데 메뉴에서부터 부부 사장님의 철학이 가게의 위치와 분위기에 딱 맞아 그런 듯하다. 술을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 토닥토닥하고 대화를 나누며 쉬어가는 3층. 일반적인 술집과는 달리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술과 음식을 곁들이는 곳. 정말 말 그대로 힘든 하루의 짐을 모두 짊어지고 행복을 찾아 3층까지 행복 구도의 길을 갈 사람만 오길 바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오두막처럼 아담하고 벽난로의 열기가 느껴지듯 아늑하다. 도심 속 쉼터다.
하루의 온갖 스트레스, 삶에서 느끼는 피로를 짊어진 채 3층까지 오른 이들을 위한 쉼터이기에 음식들이 푸짐하다. 아이보리 색의 크림소스에 나비 모양의 파스타인 파르팔레와 버섯, 브로콜리, 방울토마토, 크루통이 아낌없이 들어갔다. 그 사이로 오통통한 새우가 8마리. 치즈와 후추가 화룡점정이다.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맛조차도 아낌없다. 스트레스와 피로를 날릴 수 있게 자극적이면서도 변화무쌍한 맛이다. 분명 진한 크림소스인데 크림 때문에 느끼하지 않고 감칠맛이 넘친다. 후추는 톡 쏘고 지나가고 어딘가 매콤한 맛이 끝에 남아 입맛을 동하게 한다. 이 모든 맛이 정신없이 휘몰아쳐 음식에 집중하고 음식을 함께 먹는 사람도 함께 맛있게 먹으니 둘 만의 아늑한 파티다. 접시에 퍼주기도 하고 퍼준 걸 받기도 하며 서로 나누니 힘겹던 하루와 삶이 잊힌다.
여기에 인심은 어찌나 좋은지 파스타를 추가하니 전혀 다른 요리가 나온다. 다 먹었던 브로콜리와 방울토마토에 치즈까지 다시 추가되어서 나오니 앞서 주문했던 크림새우탕에 파스타만 추가한 것인지 의심이 될 정도다. 추가된 파스타는 스파게티로 스파게티의 전분기가 녹아들어가서 인지 소스는 한층 더 진해진 모습이다. 맛도 분명 크림소스인데 살짝 얼큰한 오일소스 같다. 진득한 소스가 파스타든 브로콜리든 방울토마토든 들어간 식재료를 타고 입에 들어온다. 탕을 먹을 때보다 여유롭게 즐기며 상대방의 모습을 보고 어떤 하루를 지냈는지 함께 나누니 따뜻한 벽난로 앞에서 피로를 풀며 식사를 즐기는 듯하다. 단호하되 따뜻한 철학을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자극적이면서 변화무쌍한 음식을 나누니 3층이라는 구도의 길 끝에서 정말 행복을 찾았다.
서로 멀리 있게 했던 코로나19 시국은 서서히 ‘함께 있어도 괜찮을지도’라 하는 위드코로나 시국으로 가고 있다. 시기상조인 거 같다는 걱정과 슬슬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안심이 교차하기도 한다. 약 2년이라는 시간을 지내면서 코로나 시국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새 마음에 박혔나 보다. 그래도 과거의 일상이 조금씩 회복되는 걸 보면서 완전히 예전 같지는 않아도 거리에 활기가 넘쳤던 때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임대 문의가 붙은 유령 건물이 늘어나는 것이나 ‘자영업자 죽네!’하며 힘겨워하는 와중에 신장개업하는 분들을 보면 왠지 가슴 한 켠이 서늘해지고 걱정으로 가득 차는 것은 이제 그만 느끼고 싶다. 가게의 불빛이 빛나고 그 안에서 서로 사는 얘기를 하며 정겹게 밥과 술을 나누던 때. 함께 있으면 나누는 것에서 행복을 느낀 3층에서 오래되지 않은 듯한 과거를 잠시나마 기억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