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츠메 아라타의 결혼 단상

한국만화박물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나츠메 아라타의 결혼.

by Gozetto

* 다른 텍스트의 한 줄 평들이 궁금하시다면 왓챠피디아(Gozetto)나 키노라이츠(Gozetto1014)를 보시면 됩니다.


응시가 아닌 직시로 빠져들다(3.5)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본 마지막 영화이자 일본만의 독특한 스릴러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등의 장르에서 일본은 독보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다. 같은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장르라고 해도 일본의 콘텐츠는 다른 국가와 확연하게 차이를 보인다. 굳이 이 차이를 언어화하라면 크리피(Creepy), 즉 일상에서 가려져 있는 비정상성을, 일본의 경우 망가적으로 극대화해 재현한다고 할 수 있다.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장르의 재현은 크리피에 기초해 있으나 서구의 크리피가 기독교와 개인주의에 기반해 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과 달리 일본의 크리피는 공동체, 국가 등의 붕괴와 같은 사회 현상의 영향을 받은 개인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나아가 이를 과도할 정도로 즉, 현실성이 없다 느껴질 정도로, 즉 망가스럽게 재현한다. 이러한 망가스러운 재현은 거의 모든 일본 콘텐츠에서 볼 수 있다. 하다못해 일상에 기반한 <심야식당>, <고독한 미식가>, <어제 뭐 먹었어>와 같은 드라마에서도 망가스러운 재현이 존재한다. 이러한 망가스러움과 정반대에 있는 콘텐츠는 오즈 야스지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하마구치 류스케, 미야케 쇼 등 감독들의 영화일 것이다. 망가스러움은 일본 장르물만의 특징이다.

출처. 왓챠피디아

이러한 일본 특유의 장르물 재현을 활용해 <나츠메 아라타의 결혼>은 아동상담소 공무원 같지 않은 나츠메 아라타(야기라 유야 분)와 사건의 비밀과 자기 존재에 대한 비밀을 숨기고 있는 시나가와 신쥬(쿠로시마 유이나 분)의 관계를 긴장감 넘치게 보인다. 이 중 흥미로웠던 지점은 나츠메 아라타라는 인물의 설정이다. 그는 아동상담소 공무원이나 전혀 공무원처럼 보이지 않는 인물이다. 특유의 껄렁껄렁한 가벼움이 느껴지는 행동과 경박한 나른함이 느껴지는 말투는 흔히 생각하는 공무원의 모습과는 정반대이다. 공무원답게 정장을 입고 다니는 모습은 호스트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이러한 나츠메 아라타의 인물 설정은 "심연을 들여다 보면 심연도 너를 들여다 보고 있다"는 니체의 말을 떠오름과 함께 그가 심리 스릴러에 가까운 이 영화에서 탐정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사람임을 받아들이게 한다. 자신이 상담을 맡고 있는 살인 피해 가정의 아동을 돕기 위해 아라타는 살인자 시나가와 신쥬에게서 피해자 아버지의 머리를 어디에 숨겼는지 알아내려 한다. 이를 위해 아라타가 교도소에 있는 신쥬와 면회를 하던 중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프로포즈를 하며 신쥬와 옥중 결혼을 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시작이다.


아라타와 신쥬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을 돕는 한 남성이 있다. 그는 사형 선고를 받은 범죄자들과 펜팔을 하면서 이따금 그들을 면회하는데 이는 사회에서 변변치 못한 자신조차 비웃을 수 있는 사형 선고자들을 만날 때 우월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아라타에게 경고했듯이, 그 이전에 니체가 경고했듯이, 교도소에 갇힌 사형 선고자들을 만나는 것은 심연을 대면하는 것과 같다. 범죄자들과 대화하다 보면 범죄자의 관점에서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사연을 듣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그런 범죄자에게 동조하게 되는 것이다. 아라타 역시 신쥬를 만나면서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지만 신쥬의 발언이 사실인지 판단하기 이전에 신쥬에게 잡아먹힐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며 계속해서 스스로를 다잡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아라타에게 신쥬는 몇 번이고 말한다. 자신을 동정하거나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보지 말라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아라타를 원한다고.

출처. 왓챠피디아

심연을 응시하는 행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자. 심연을 응시한다는 것은 심연이라는 단어에 내재된 고저의 이미지로 인해 우월한 존재로서 심연을 바라보는 것을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 심연을 응시하면 심연에게 응시당한다는 마치 심연에 잡아먹히는 심상을 그리게 한다. 즉, 심연을 응시한다는 것은 권력과 위계의 관점에서 저 밑바닥 존재를 무시, 동정하는 것으로 그릴 수 있다. <나츠메 아라타의 결혼>은 이러한 응시의 심상을 사회적 편견에 기반해 서로를 바라보는 우리를 극단적인 관계인 아라타와 신쥬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그렇기에 영화 초반에서 아라타의 결혼은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사건의 전모와 신쥬가 숨긴 출생과 존재의 비밀을 알게 된 아라타가 신쥬를 있는 그대로의 인간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결혼은 응시가 아닌 직시의 심상을 갖게 된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말을 하든, 어떤 옷을 입고 법정에 서든, 어떤 과거를 갖고 있든 그와 무관하게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행동, 즉 상대가 상대이기에 사랑하고 평생을 함께 하자고 고백하는 행동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라타의 인물 설정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 가볍고 경박하며 나른한 사람이나 자신의 업무인 아동 상담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아동을 돕는 것에 진심인 인물이다. 그렇기에 그는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에도 능할 뿐만 아니라 타인과 관계에서 자신의 관점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아라타는 자신의 관점을 보수적으로 지키지 않기에 신쥬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경계하면서도 그에게 빠져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넘어 오히려 적극적으로 빠져들려 한다. 일본 장르물의 망가스러움이 더해지면서 아라타의 인물상은 한없이 가벼운 듯하면서도 자신이 맡은 일은 충실히 하는, 극과 극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연출에 따라 아라타는 신쥬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인물이 된다. 아라타와 신쥬의 어린 시절 인연과 관계없이 아라타가 변화의 과정을 거쳐 신쥬를 무시, 동정하는 눈에서 그대로 바라보는 눈을 보이기 때문이다. 즉, 가벼움이라는 아라타의 인물상은 서로를 바라보는 과정에서 마침내 직시할 수 있는 결과에 도달하는 기반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