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메가박스.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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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포착하는 시선이 저항해 전하는 진심(3.5)
요즘처럼 영화관을 가면 기형적인 느낌이 들어 슬픈 때가 없다.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영화라는 매체 혹은 콘텐츠의 위기가 대두되는데 정작 영화관에는 영화가 여전히 물밀듯이 들어온다. 정확히는 과거와 비교하면 전체 영화의 개봉수는 줄었으나 영화를 대체하는 수많은 콘텐츠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영화가 계속해서 개봉한다는 것이다. 태생적으로 많고 적음을 논하지 않더라도 자본이 필수불가결한 영화는 관객이라는 수입원이 필요하기에 결국 많은 극장에 배급되지 못하는 영화는 조용히 잊힌다. 쓴 자본 이상을 벌어야 다음 영화를 수입, 배급할 수 있기에 한 편의 영화가 조용히 잊힌다는 것은 다른 수많은 영화의 제작, 배급이 불가능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는 조용히 잊히지 않기를 바라나 현실적으로 현재 한국영화 시장에서는 조용히 사라질 영화이기에 안타깝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사진작가 '리 밀러(케이트 윈슬렛 분)'의 전기 영화라는 점은 이 영화의 가치를 더욱 빛내기에 영화를 보고 나서며 들었던 안타까운 감정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의 캐스팅을 보면 상당히 수상하다. 한국에서도 꽤 이름이 많이 알려진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마리옹 꼬띠아르, 노에미 메를랑, 조쉬 오코너, 앤디 샌버그 등에 더해 <타이타닉>(1997)의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어떤 의미에서 영화는 더 이상 그 배우라서 본다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배우가 매력적인 셀링 포인트는 아닌지도 모르겠다. 홍보의 문제도 있을 수 있으나 다르게 말하면 영화를 홍보할 수 있는 자본과 함께 홍보를 위한 아이템이 영화보다 다른 콘텐츠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기에 그런 것일 듯하다. 개인적이면서도 조금은 회의적인 시각이나 영화를 좋아하거나 자주 보는 이들이 아닌 이상에야 한국 배우들의 이름도 잘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고, 하물며 외국 배우들이면 더욱 사람들에게 기억되기 어렵다. 게다가 가장 많이들 기억할 <타이타닉> '로즈'의 케이트 윈슬렛은 거의 20년도 더 전이다. 가장 최근에 한국 관객들이 케이트 윈슬렛을 봤을 영화는 <아바타: 물의 길>(2022)이나 실사 영화가 아니기에 잘 알아보지 않으면 '그 캐릭터가 케이트 윈슬렛이라고?'할 것이다. 케이트 윈슬렛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전제하에 나올 반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슬픈 일이다.
하지만 슬퍼지는 일을 잠시 제쳐두고라도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를 영화관에서 봐야 하는 이유를 꼽자면 체험을 들 수 있겠다. 영화는 모델에서 사진 작가를 거쳐 종군 기자가 되는 리 밀러의 생애를 좇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서사 측면에서 특별한 것은 없다. 앞서 언급했듯 케이트 윈슬렛을 비롯한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 외에 영화의 서사에서 특출난 매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특출나고자 하는 서사적 장치 없이 밀러의 삶을 담백하게 좇기에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의 서사는 오히려 더 뚝심이 느껴져 밀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분이 든다. 특히 여성이기에 겪는 차별적 사회이 인간으로서 마주하는 전쟁의 비극과 연동되어 밀러의 카메라는 단순한 종군기자의 카메라가 아니라 시대의 비극을 이중으로 포착하는 카메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