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자우림&윤하. 스물다섯, 스물하나.

by Gozetto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2013년 발매되어 한참 지난 곡이다. 다시 주목 받은 것도 2달 전 가수 윤하가 음악 예능에 나와서 불렀을 때이다. 약 10년 전 25살이었던 올해 34살인 가수 윤하가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편곡해 불렀을 때 결코 편치 않았지만 아름답고 찬란했던 윤하의 활동 서사가 떠올라 더 울림있는 무대였다. 단순히 노래가 좋다는 것을 넘어 부르는 가수의 서사와 함께 자신의 한 때를 추억하며 관객과 시청자 모두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감동해 찾는다 해도 한창 주목 받았을 때와 비교하면 매일 같이 찾아 듣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게다. 그럼에도 이 곡을 찾아 듣는 가장 큰 이유는 미숙했기에 아쉬우나 그만큼 풋풋하고 찬란했을 그 시절의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리라.

출처. YouTube

스물하나와 스물다섯. 막 20살 성인이 되었을 때보다 어느 정도 시간을 거치며 조금 더 성숙했을 나이이다. 여전히 젊은 시절의 패기가 있어 무모한 나이이기도 했다. 중2병에 이은 대2병이 찾아와 세상을 다 안다는 듯이 굴지만 사실은 성인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거나 혹은 사소하게 느껴져 상처 받은 나이였다. 서로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얼만큼 나아가고 있는지 보느라 정신이 없었을 나이. 성인임에도 온전한 성인이 되지 못한 것 같은 자신이 어딘가 밉고 싫은 나이였다. 그렇기에 남들이 보기에 뭐든 다 할 수 있고 좋을 나이라고 하지만 뭐든 다 할 수 있고 좋을 나이라는 말 자체가 부담이고 뭐든 다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좌절하는 나이였다.


상처입고 좌절하는 동안 바로 옆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알지 못한 나이였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건 간에 그저 자리를 마련한 채 '나'를 품어주고 있던 세상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꽃, 바다, 햇살 등 세상은 어떤 순간에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동안 계속 아름다울 뿐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곁에서 봐주고 함께 했던 이들은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해주는 고마운 이들이다. 꽃이 달콤하게 향기로웠던 것은 당신과 함께 맡았기 때문이고 바다가 시리듯 푸르게 보였던 것은 당신과 함께 봤기 때문이다. 부서지듯 찬란한 햇살은 그대가 손을 잡아주고 있었기에 더 따뜻했으며 바람에 날리는 꽃잎이 안타깝게 보인 것은 바로 옆에서 함께 안타까워하던 그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네이버 릿짱의 블로그

그렇게 있는 그대로 사랑 받는 존재였음에도 사랑 받지 못하는 존재라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미숙하면서도 무모한 나머지 상처와 좌절에만 집중하던 그 시절에 세상은 마냥 혹독해 보였으며 그런 혹독한 세상 속에서 자신이 가장 외롭고 힘들다고 생각했다.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함께 노래를 부르며 모두가 청춘을 즐기던 순간에도 미숙함과 무모함 사이에 있는 자신에게 집중하느라 세상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도 집중하지 못했다. 결국 그 어느 순간도 아름답게 느끼지 못한 채 자신의 삶과 스스로를 부정하며 살았다. 그저 그 순간에 바로 옆을 봤더라면. 함께 하는 자리에서 그 순간을 즐기고 있던 자신을 봐줬더라면. 그저 그 순간에 그렇게 있어주는 자신을 아름답게 볼 수 있었다면.


그 시절에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지만 그저 그 순간을 외롭게 홀로 버티던 것이 아니라 가족, 친구, 연인 등 함께 하는 이들에게 사랑 받으며 함께 세상을 즐겼으며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 날의 소리, 향기, 온도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그 시절이 흩어지는 연기처럼 사라질지언정 그 시절을 버티고 즐기며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이 있다. 비록 그 때는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지금에서야 아름답다고 느끼나 이제라도 그 시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서, 지금까지 살아 다시 되돌아보며 아름다움을 추억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나'의 20대에게 그 시절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 미안하고 그러면서도 살아줘서 고마우며 이제라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 다행이다. 영원할 줄 알았으되 영원하지 않은 그 시절을 기억할 수 있게 존재하고 있어 다행이다.

출처. YouTube

단순히 20대라는 시절만 미숙하고 풋풋한 시절이 아니다. 처음으로 60대가 되어 봐서 어색하고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윤여정 배우님의 말처럼 우리의 인생은 언제나 미숙하고 풋풋할 것이다. 미숙함, 풋풋함, 무모함은 언제나 계속되고 있을 것이며 항상 상처와 좌절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언제나 미숙하고 풋풋하며 무모하게 인생을 살아갈 우리 모두에게 25살과 21살은 단순히 20대의 특정 나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게다. 세상은 여전히 '나'의 자리를 있는 그대로 마련해주고 있을 것이며 그 옆에는 항상 함께 세상을 즐기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25살과 21살은 그렇게 항상 곁에 있는 세상과 다른 이들을 보지 못하는 자신의 미숙한 모습이면서도 그 시절을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을 모습 그 자체이다. 언제나 21살이자 25살일 스스로에게 지난 뒤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딱 3마디일 게다. "미안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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