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시절,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방황하다 1년 반동안 2번의 부서이동을 했다. 드디어 내가 절실히 원하던 일을 하고 있지만, 열일하는 자아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등장한다. 야근이 많아 때로는 일하는 자아가 나와 더 긴 시간을 함께할 때도 있지만, 퇴근하고 집에 가면 뿌듯함을 느끼기 보단 시계를 보니 오후 9시, 10시인 사실에 좌절감을 느낄 때가 더 많다. 내가 일을 좋아하는 만큼, 나의 삶 또한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며 나의 여러 자아들 중에서 일하는 자아만 특별히 아끼긴 곤란해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일을 사랑하면서도 나의 삶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의 삶을 사랑하면서도 직업인으로서 더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이 많은 요즘. 글쓰기 모임에서 한 회원이 남겨준 서평을 읽고, 바로 그 책을 주문했다. 이 글은 '일하는 사람의 태도'에 관해 많은 통찰을 던져준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에 대한 서평이다.
전력으로 일에 매달려 있는 것만큼이나 집중해서 잘 일할 수 있도록 나와 내 주변을 잘 돌보는 일이 중요하다. 일상을 정성스럽게 영위하는 데서 많은 위대함이 출발한다. 수면, 위생, 기타 개인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과연 정당한 걸까? (134p)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 황선우 작가
완벽주의자는 결코 완벽할 수 없다. 자신의 기대치를 적절히 컨트롤하고 만족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100%를 해내려고 끝의 끝까지 붙들고 있다가 시한을 넘기는 사고를 치거나 스스로를 번아웃에 빠뜨리는 완벽주의자보다는 80% 정도의 결과물이라도 언제나 예측할 수 있을 때 안정적으로 내놓는 팀원과 일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
수월할 뿐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서로 결과에 대해 피드백하면서 일을 더 낫게 만들 수도 있다. 한 사람이 자기 나름의 완벽주의에 대한 집착을 약간 내려놓는 일이, 결과적으로 더 큰 완벽함을 이루는 길이 되는 셈이다. (29p)
책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중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더 다그치고 힘들게 했던 적이 있다. '한 번에 OK 되고 싶다는 욕심, 상급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에 가로막혀 스스로 불만족을 사서 느끼며 갉아먹던 시절. 혼자 사무실에 남아 야근하겠다던 패기는 더 좋은 결과물보다는 번아웃을 가져왔다.
그 일의 목적성, 중요성과 별개로 온전히 나 스스로 만족시켜보겠다고 집착했던 대가로 겪은 번아웃은, 진짜 중요한 일에도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선순환을 가능하게 했던 퇴근 후의 취미생활과 여유에도 지장을 줌으로써, 안과밖으로 힘든 날들을 보냈다.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어느정도 일의 목적성, 중요성, 나의 상태에 따라 내 기대치를 적절히 컨트롤하고 만족하는 훈련 중이다. 또 일을 오래 사랑하기 위해서는,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일에 대한 온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80년대 이전 생들이 일도 성공도 일단 '회사 안에서의 나'라는 서사로 그려간다면 90년대 이후 생들이 그리는 '나의 일과 성공' 스토리 중심에는 자기 자신이 있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잠깐의 조연으로 등장할 수 있지만 내 성공을 가능하게 해주는 핵심 조건, 내가 써가는 이야기의 공동 주연은 아닌 것이다.
각자 인생의 큰 그림 안에서, 지금의 회사는 한시적으로 목적을 충족하기 위해 몸담고 있는 곳일 뿐이다. (41p)
책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중에서
회사를 위해 일한다기보다 나를 위해 일한다는 가치관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단순히 돈을 받는 대가로 행하는 억지 노동이 아닌, 이 모든 노동이 내가 그리는 빅픽처의 한 부분들이라고 생각할 때 월급은 덤이다.
매일 아침 지옥철에 둘러싸여 고군분투하는 직장인이 자주 생각해내기엔 어려운 발상이긴 하지만, 내 꿈을 이루는 데 회사가 도움을 준다는 생각을 꾸준히 가져가는 것이 이롭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또 어쩌면 이러한 태도가 나의 삶을 사랑하면서도 직업인으로서 더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일을 한다는 것은 반복되는 스트레스와 도전 속에 내 자신을 던져놓는 동시에 이 모든 감정의 파도를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일하면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은 이전의 건조한 평온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유한하고 허무한 삶 속에서 우리가 진짜 살아있음을 실감하는 건, 어떤 환경 속에 나를 내던져보고 깊숙이 들어가 밀도 높게 몰입감을 느낄 때다. 대표적으로 그런 경험이 사랑, 그리고 일이다. (185p)
책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중에서
일할 때의 내가 일을 하지 않는 나보다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저자의 글을 읽어내려 가면서, '일을 더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가지면 좋을 태도에 관해 배웠다. '어떻게 하면 마케팅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 또는 '어떻게 하면 내 취미생활과 주변관계를 더 잘 돌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보다는 그 둘의 균형에 대해 고민이 더 많은 요즘 읽기 좋은 책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