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조회수 1천★ 결국엔 꿈을 이루고 만 어떤 집착생의 이야기
대학교 3,4학년 즈음 취업준비를 하면서 처음부터 무조건 대기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집착이 있었다. 주변에서도 잘만 들어가던데, 나도 갈 수 있겠지. 하면서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고 그래야만 성공적인 스타트라고 믿었다. 대기업 못 가서 실패한 인생.. 이라고 때로는 자책을 하며 스스로를 동굴에 가두었던 나.
삼성 SDS, 대한항공 등 당시 취준생의 로망이었던 대기업들 면접까지 가서 떨어졌던 터라 애사심 제로로 중견기업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모든 게 불만이었고, 모든 게 사소해보였다. 대기업 간 친구들이 부러웠고, 첫 한두달은 집에 와서 울기만 했다.
그럼에도 나는 첫 직장에서 3년 반을 존버할 수 있었다. 이유는 크게 4가지, 아래와 같다.
대기업만큼 분업 체계가 조밀하진 않아서 입사 한 달차부터 바로 실무에 투입되었다. 누군가의 일을 서포트하는 일이 아닌, 1인분의 몫을 뽑아내야 했다.
그래서 시행착오는 무지 많았지만 권한도 많았기에 어쩌면 공평했고 경험은 훨씬 풍성해졌다. 중소/중견기업 1년차 사원과 대기업 1년차 사원의 동기간 업무 범위와 양이 다를 수밖에, 그래서 작은 조직에서는 더 타이트하게 스파르타 식으로 많은 업무를 익히게 된다. 좋게 말하면 만능캐로 진화.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의사결정이 수시로 바뀌고, 조직개편 및 role 변경 등 변화가 많다. 그래서 정신이 너무 없고 때로는 불합리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서 당시에는 그러한 빠른 변화들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다.
돌아보니 그런 변화가 있었기에 존재했던 장점을 3가지 정도 찾아냈다. 1) 애자일한 업무학습 및 실행이 가능했고, 2) 그래서 조직 간 협업과 서포트가 잘 이루어지는 편이었고, 3) 안주하는 조직장을 찾아보기 어려웠다(젊고 의욕있는 조직장이 많은 편) 실제로 ‘이 회사에서 일하면 어디가든 일 잘한다는 소리 듣는다’는 소문도 돌았으니까.
3년 반동안 조직개편 및 role 변경을 10회 이상 겪으면서, 나는 정말 많은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해나가는 프로젝트를 못해서 그게 큰 결핍이었는데, 회사가 그렇게 안정적으로 계획대로 움직이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잘 나가는 기업은 빠르게 움직이고 과감하게 시도하고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한다.
덕분에 10가지 이상의 프로젝트 성공 경험을 포트폴리오에 기재할 수 있었다.
내가 어떤 일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더 날카롭게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한 셈
진짜. 어디가서 또 그 회사에서만큼의 동료와 돈독함과 정을 쌓지는 못할 것 같다. 같이 힘들고 어렵게 일한 만큼 돈독함은 배가 되고, 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 덕분에 빠르게 친해졌고, 게다가 성격과 결도 맞아 떨어져서 삼박자가 쿵짝했다!
퇴사 후에도 연락을 이어오고 있고, 이번주에도 우리 회사 근처에 오신다는 분과 점심 약속도 잡았다. 회사 밖에서도 만난다는 건, 한국 사회에서 이것은 찐 '정'이다!
돌이켜보니 간절히 바라던 대기업이 두 번째 회사라서, 오히려 다행인 것 같아요. 남들보다 더 오래걸린 꿈까지의 여정을 꼭꼭 곱씹으며, 이 간절함을 오래 가져갈 거예요.
빡세게 직장생활 굴린 결과, 좋아하는 일에 커리어 집중하면서 연관 능력 집중 발굴, 그로써 덕업일치. 원하던 카테고리, 한 번쯤은 몸담고 싶었던 대기업으로 이직했다. 신입사원 때 품었던 한을 이제서야 푸는 느낌이랄까.
그러니까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처음부터 원하던 회사에 들어가지 못했더라도, 남들보다 '조금 오래 걸릴 수는 있지' 하면서 꾸준히 의욕을 품고 가다보면 결국 이루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해요..! 또 시련은 닥치겠지만, 또 극복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