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명못정함 Apr 27. 2024

짧은 휴가, 피정 다짐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이직 꼭 1년을 맞아 매우 짧은 휴식을 갖기로 했다. 노동절부터 주일(수~일)까지 닷새를 쉬기로 했는데, 별다른 계획 없이 휴가계부터 우선 제출했다. 달리 특별한 사정, 딱히 지친 것도 아니었지만 어쩐지 '멈춰!!'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별 거 아닌 휴가여도 내겐 유의미한 시간이다. 돌이켜보면, 피로감이든 지루함이든 어떤 이유로든 쉬고 싶은 그 순간에 꼭 맞춰 쉰 적이 없었다. 일단 연차를 아끼고 싶었고, 그러다 남들 다 쉬는 분위기면 나도 편승해 휴가를 내곤 했다. 아니면 연말쯤 "연차 소진하라"는 회사 독촉을 못 이겨 쓰거나…


휴가마저 이렇게 꾸역꾸역 써온 탓인지 마음이 자주 안 좋았다. 나도 모르게 차츰차츰 쌓아온 온갖 스트레스 등이 뒤늦게 알아차려 보니 버티기 힘든 수준이었다거나, 나 혼자 부랴부랴 쓴 휴가면서 정작 날씨만 좀 안 좋으면 '난 일만 해야 하는 팔자인가' 싶은 부정적인 감정 탓에 쉬어도 쉬는 게 아니지 싶었다.


이런 식으로 몸도 마음도 나쁜 기운에 휩싸이게 되면, 결국엔 퇴사 및 이직에 나서고 그 과정에서 불안감 등을 키우는 악순환을 되풀이 해왔다. 그래서 이번엔 당장에 짧은 휴가를 낸 게다. '쉬고 싶은 맘이 조금이라도 들면 망설임 없이 쉬자'는 것. 회사에도 휴가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연차 사유 :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충남 당진시 신리성지.

기왕 쉬기로 했으니 뭘 할지 생각해봤다. 그러던 중 피정을 다녀왔다는 회사 후배가 떠올랐다. 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친군데 본인도 여차저차한 이유로 강원 평창까지 달려가 1박 2일을 쉬고 왔단다. 이 친구도 피정은 처음이었다던데, 나 역시 성당만 다닐뿐 피정 경험은 없는 까닭에 좀 끌렸다.


또 떠올려보니, 난 천주교 신자면서 정작 템플스테이만 다녀와  웃지 못할 사정이 있기도 했다. 고로 곧장 피정을 신청했다. 첫 피정이라 어디가 나은지 모르므로, 이 친구를 맹목적으로 따르기로 했다. 얘가 다녀온 그곳에 나 역시 1박2일 가기로.


피정의집에서 딱히 마련해 둔 프로그램은 없어 보였다. 밥은 준댄다. 식사와 미사 외 시간을 내가 알아서 보내야 하는데 무얼 해야 할까. 고민 결과, 아무 고민 않기로 했다. 전부 내려 놓고 조용히 기도하고, 스스로 돌아보고, 이것저것 적어도 보고, 마침내 내 삶을 재정비하면 완벽한 시나리오인데 될지 모르겠다.


이는 실은 과제였다. 요근래 내 성당 생활은 다니지만 안 다니는 식이었다. 나가긴 몹시 귀찮고, 안 나가면 괜시리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 결국 성당<-->집 발길만 오갔다. 그렇지만 이러한 내 마음마저도 내 마음에 들질 않아 어떻게든 심보를 고쳐먹겠노라 다짐해온 터였다.

충북 진천 배티성지.

이 밖에 요즘 내 상태를 스스로 관찰해 보자면, 그저 진공 상태랄까. 아무런 불만도 큰 욕심도 없다. 그나마 건강은 좀 챙겨야겠다는 생각이고…이외에는 잘 모르겠다. 모르긴 몰라도 일은 대강 잘 해나가고 있는 듯싶어 다행인데, 욕심 같아선 이번 피정이 여러모로 내게 긍정적인 디딤돌이 되길‥그럼 작전 대성공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사랑, 나의 수원' 단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