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메오 디자인 대학 (Umeå Institute of Design)
우메오 디자인 대학은 한국에서 디자인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낯선 이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디자인 공부하는 학생들이 오고 싶어 하는 학교로 매우 잘 알려진 학교이다. 유럽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고 싶고 일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알아봐야 할 학교 중의 하나이다. 작년에는 나 외에 한국 학생이 한 명, 올해는 나 밖에 없어서 한국에서 더 많은 친구들이 지원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학교 전공 소개와 분위기 등을 좀더 자세하게 적어보고자 한다.
UID는 산업디자인(Industrial Design) 학부 3년 과정과 TD, APD, IxD 3개 석사 전공, 그리고 박사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https://www.umu.se/en/umea-institute-of-design/)
전공명 그대로 TD는 자동차를 비롯한 이동수단의 외형/내부 디자인, APD는 다양한 제품에 대한 디자인, IxD는 디지털 제품 또는 서비스의 인터랙션을 디자인한다. 학교 디자인 방향에 대해 가장 잘 볼 수 있는 방법은 졸업생들의 작품을 확인해 보는 것이다. 졸업생들의 졸업 작품 발표회를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속한 IxD 위주로 소개와 학교 분위기, 졸업 후 진로 등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인터랙션 디자인 (IxD) 전공
인터랙션 디자인이라고 하면 흔히 UX 디자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 UX라고 하면 앱이나 웹 디자인 등 디지털 제품/서비스를 디자인을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인터랙션 디자인을 정의하는 아주 좁은 범위일 것 같다. 나 또한 학교에 오기 전까지 인터랙션 디자인을 이렇게 정의했던 것 같다.
수업이나 학생들의 관심사를 보면 내 주변,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서 해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디자인이라는 표현이 더 적당할 것 같다. 지난 학기 그룹 과제는 미래의 헬스케어에 대한 제안, 스웨덴 경찰청과 함께한 온라인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디자인 제안 등 지역기관이나 회사와 연계한 사회이슈에 대한 프로젝트였다. 학생들의 관심 범위도 매우 다양해서 자율 주행 자동차를 위한 UX 디자인부터 환경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대안, 도시 계획에 참여하기 위한 방법 등 매우 다양하다
나는 IxD 전공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디자인 관점에서의 문제 해결 또는 미래 환경에 대한 변화를 예측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전공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이론적인 방법론, 프로토타이핑 방법 등을 배우고 이를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연습을 통해 문제 해결에 가까이 다가간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인턴십 기회
인턴십이 필수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기 중에 휴학을 하고 인턴십을 한다. 원하는 직장의 취업을 위해 졸업 전에 회사에서 인턴십 기회를 얻으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입학부터 인턴십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과제 하나하나가 포트폴리오의 일부일 수 있기 때문에 과제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인턴십은 회사 공고를 통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인턴십 정보를 많이 제공해 준다. 그리고 졸업한 선배나 인턴십을 하고 있는 동료를 통해 정보를 많이 얻는다. 보통은 1년 과정을 마치고 3학기 들어가기 전에 인턴십을 많이 가는데 인턴십 프로세스와 해당 나라에 따라 비자 프로세스가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아서 인턴십을 준비한다면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의 경우는 대부분이 2학기를 마치고 인턴십을 시작했다. 스웨덴의 디자인 회사인 어보브(Above), 자동차 회사 (Rolls Royce), 맥킨지 디자인(McKinsey Design), 필립스 (Philips) 등 다양한 나라와 다양한 곳에서 인턴십을 하고 있다. 인턴십 기간이 회사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1년 정도 휴학을 하고 2-3 곳의 회사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인턴십을 생각한다면 정보를 자주 확인하고 포트폴리오를 미리 준비하여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졸업 후 취업 등 진로는 괜찮을까?
개인적으로 졸업 후 취업은 가장 걱정인 부분이지만 졸업한 선배들을 보면 나도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한다. 학교가 명성을 유지하는 이유는 졸업생들의 활발한 활동도 큰 몫을 할 것이다. 대부분 인턴 경력과 포트폴리오, 인터뷰 등을 통해 원하는 회사에 입사를 하는 것 같다. 졸업생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학교 이름 덕을 많이 본다는 것이다. 지난해 졸업한 졸업생들을 기준으로 보자면 대부분 유럽의 다자인 회사에 취업을 했다. IxD 전공의 경우 스웨덴의 디자인 에이전시인 Above(Above), 맥킨지 디자인 (Mackinsey Design), 노르웨이 디자인 회사 등에 취업을 했다.
Learn from each other
UID 에는 디자인 교육 외의 특별한 분위기가 있다. 서로의 끈끈함이랄까. 소수의 인원들이 거의 매일 학교에서 늦은 시간까지 생활하다 보니 학업 외에 생활의 많은 것을 함께한다. 그러다 보니 서로 가까워지는 것도 있지만 학교의 정기적인 미팅과 커뮤니케이션이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게 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소통의 자리와 수업 분위기, 자발적인 분위기가 UID 만의 특별함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UID의 디자인 교육에서 가장 떠오르는 말이 있다면 “Learn from each other” 일 것이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알아갈수록 이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을 선발하다 보니 각자 잘하는 분야가 있고 서로 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인터랙션 디자인은 다른 전공보다 전공 성격이 다이내믹하고 그룹 프로젝트가 많다 보니 서로가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하고 배우며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Wozzop은 회사로 보면 주간 미팅 개념으로 매주 월요일 오전 10:15이면 교수진들과 학생들 함께 모여서 15-20분간 지난 한 주간의 일과 이번 주 계획을 공유한다. 내 전공 외에도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함께 확인할 수 있고 우메오 시의 이벤트, 학교 이벤트 등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 매달 첫째 주 수요일의 Design Talk에서는 좀 더 공식적인 자리로 학교에서 일어나는 보다 큰 이슈를 논의한다. 졸업생, 박사과정생과 외부의 디자이너 강연도 정기적으로 열리다 보니 디자인 이슈를 보다 생생하게 확인하고 논의할 수 있다.
상호 존중과 자발적 그리고 수평적인 문화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이 많지만 나는 수업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처음에는 학업 과정만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영어도 부족하고 나이가 많다는 것 때문에 괜히 스스로 움츠러 들어서 학업 외 활동에는 소극적이었던 것도 있었다. 하지만 전공이나 학교의 이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아무리 작은 이슈라도 귀 기울여 주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수진들을 보면서 나 또한 좀 더 자발적인 자세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UID의 특별한 분위기는 이렇게 학생들의 적극적인 자세와 자발적인 태도, 학교에 대한 애정이 더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올해 서울에서 열리는 스웨덴 유학 박람회에는 우메오디자인 대학의 관계자도 참석한다고 한다. 우메오 디자인 대학에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11월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스웨덴 유학박람회에 참석해서 학교 관계자를 만나보는 걸 추천한다.
- 장소 : 2022년 11월 12일 토요일 오후2시~6시
- 일시 : 서울 롯데 호텔 명동 37층, Garnet Suite
커버 이미지 cover image (photo: ze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