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아트센터
코코카피탄을 보러 대림미술관이 너무 가고싶다. 전시가 시작하기 전부터 기다렸던 전시지만 동백에서 경복궁까지 가기에 엄두가 잘 나지 않았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백남준 아트센터가 있다. 대학교때부터 들어왔던 곳이고, 궁금했던 곳인데 집 근처에 있다는 것 자체로 동백이 좋아진 이유가 되었던 곳이다.
재미있을 것 같은 프로젝트가 굉장히 많았다.
100% 암스테르담이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100% 도시'의 다른 작업들과 마찬가지로 인구통계학에 근거한 100명의 암스테르담 인구가 출연한다. 여성의 비율이 51%면 100명 중 51명의 여성이 모인다. 100% 광주와 같은 해에 만들어진 이 작ㅍ무은 동북아시아의 지역 도시 광주와 역사적으로 국제적인 항구였던 암스테르담의 통계와 시민들을 통해 도시의 정체성과 공동체의 차이를 경험하게 한다.
한 명씩 돌아가며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100명의 마케터를 모아보면 어떨까?"
업종별로, 마케팅 카테고리별로 통계에 근거해 마케터들을 모은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이야기는 일에 관련되지 않아도 좋다.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현재의 마케팅'을 돌아보고 남긴다.
이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텅 빈 공간 앞에 하얀 벽이 움푹 패여있다. 그 앞으로 가서 벽을 마주보고 서면 건너편 스피커에서 나오는 녹음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소음으로 존재하던 개인과 사회, 나와 세계의 관계에 대한 문장들을 들으며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처음부터 실패를 목표로 잡으면 되요. 실패를 목표로 잡고 실패해버리면 난 성공한 것이에요."
라는 문장이 들렸다.
이와 함께 '천 개의 빛나는 속삭임'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세상에는 말할 수 없는 것이 있고,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침묵에 가장 가까이 있는 말들을 수집하는 작업입니다. 당신의 심장 가까이에서 흘러나오는 낮고 작은 속삭임, 입안에서 맴도는 몇 개의 단어, 어떤 문장 하나를 적어주십시오.
혼잣말처럼 조용히, 마음속 깊이 간직해온 한마디를 들려주십시오. 당신이 사랑하는 말, 당신을 여기까지 데려온 말, 당신 속에서 가장 빛나는 말들을 이 노트에 기록해주십시오. 수 많은 사람들의 작은 속삼임을 모아 '천 개의 빛나는 속삭임'이 됩니다. 소음과 잡담으로 가득 찬 세상을 가로지르는 침묵의 산책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단순히 프로젝트 설명인데 모든 단어가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말,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행동을 했고 지금 여기까지 왔다.
지금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말은 뭘까.
작가에게 조용히 속삭여줘야겠다.
어떤 콘텐츠로든지 풀어보면 재미있을 소재.
각 개인이 모으는 어떤 형태의 데이터든지 모이면 힘이 된다는 프로젝트.
나는 어떤 데이터를 모으고 있을까. 내가 듣는 음악, 읽는 책, 보고 듣는 영화, 출근길에 보는 나무와 바람, 퇴근길에 보는 달과 하늘 모두 나의 데이터가 되지 않을까. 내가 경험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 그래서 잘 남겨야 한다. 내 데이터가, 내 모습이 한 조각이라도 길거리에 떨어지지 않도록
아, 너무 재밌어.
오랜만에 오니까 이거다 싶다.
역시 squeeze가 아니라 spill out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