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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ze Mar 23. 2019

21세기의 어떤 날

페퍼톤스

날 기억 할 수 있을까

숨가쁜 오늘 시대는 흘러

달리고 있는데


찰칵 셔터를 누르면

모두 다 간직할 수 있기를

내 맘 속 카메라


사랑 낭만 슬픔과 눈물

모두 흘러가겠지만

한장 사진에 담을 수 없는

이 세상이 얼마나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21세기의 어떤 날


마당이 없는 집에선 잘 자라기 힘들다던 조팝나무야 잘 길러줄게.

요즘은 의식적으로 되돌아보지 않으면 방금 뭐했는지, 어제는, 혹은 이번주는 뭘하면서 누구와 시간을 보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돌이켜보는 습관이 있는데 이번 주는 참 좋았네.


보통 금요일에 퇴근길에 되짚어보기 시작하면 금요일 점심, 목요일, 수요일 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비가 많이 내리던 월요일 저녁에는 뭘했는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았다가 방금 생각났다. 아 생각해보니 비가 많이 와서 빵을 사갔던 날은 지지난 금요일이구나. 월요일은 뭐라도 하고 싶어 머리 클리닉을 했던 날이다. 그리고 다음날은 일찍 퇴근해 엄마와 마사지를 받고 오랜만에 가족끼리 밥을 먹었다. 매일 지친 모습만 보여주다가 오랜만에 밝은 모습으로 밥먹었던 기억에 기분이 좋았다. 수요일은 잠을 못자 피곤한 상태로 집에 일찍 돌아와 남편과 같이 삼겹살을 구워먹었다. 그리고 어제는 가장 좋았는데 새로산 하얀 셔츠를 입고 오랜만에 예전 사무실로 출근했다가 병원에 갔다가 코엑스에서 남편과 손을 잡고 데이트를 했다. 병원에서는 슬프고 아프고 차가워서 조금 울긴 했는데 그래도 행복했던 하루로 기억한다. 별 것 없이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저녁을 챙겨먹은 일상일 뿐인데 그것만으로 참 따뜻하고 좋았다. 진짜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별 거 없구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내 앞에서 웃어주고, 따뜻한 밥 같이 먹는거. 그거 하나면 나는 참 평안하구나? 단순하다. 일도 열심히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도 보내고 따듯한 나날들이다. 새로 산 바디오일의 향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한다.


요즘 문득 문득 나의 일상을 들춰보면 나의 일상이, 삶이 참 달라졌다. 홍대합정이태원의 핫한 곳을 찾아다니던 친구들과 나는 이제 서로가 꾸린 가정에 서로를 초대하고, 집으로 불러 요리를 해주거나 집과 동네를 여행하듯 시간을 보낸다. 야 내일 또봐 하고 당연하게 헤어지던 우리는 이제 헤어질 때마다 아련하고 애틋한 마음이 들어 촌스럽게 괜히 눈물이 날 것 같다. 요즘이 참 좋다.


행복하고 따뜻하다고 브런치에 기록한게 얼마만인지 

그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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