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비 클럽을만든 사람들
호비 클럽을 만든 우리는 북아현동의 고등학교에서 만났다. 지혜와 윤영, 조재는 안경을 쓰고, 야자 시간에 교실에 숨어 장난을 치던 고등학교 친구들이다.
나는 포항에서 태어나 울산을 거쳐 세 살 때 서울에 올라왔다. 아현동 골목의 작은 옛집에 살다가 근처 아파트로 이사를 한 뒤엔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내내 그곳에서 나왔다. 경기도로 이사를 오게 되며 아현동에 가는 일은 손에 꼽았고, 갈 때마다 굴레방다리 밑 가게들과 언덕들이 허물어져가고 아파트가 차츰 들어서더니 지금은 휘황찬란한 서울 한복판이 되었다.
윤영이와 조재는 여전히 북아현동에 산다. 윤영이는 추계예대 근처에 살며 집 1층에 윤영이다운 카페를 차렸고, 디자인을 좋아하는 조재는 평일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윤영이네 카페에 거의 함께 한다. 나는 윤영이와 조재를 만날 때만 북아현동으로 달려간다.
평균 15년 동안 함께 지내왔다.
윤영이와는 19살이 되자마자 '우리 조금 더 우리를 잘 알아야겠어! 우리 좀 더 당당하게 할 말 하는 어른이 되어보자!'는 귀여운 다짐으로 내일로 일주를 떠났고, 모든 종류의 페스티벌과 공연을 방방 뛰어다녔다. 우리는 한강에서 맥주 마시는 걸 좋아한다. 우리 셋은 음악 취향도, 사소한 거에 방방 거리며 행복을 찾아내는 것도, 별 일 아닌 거에 모든 표정과 감정을 다 쏟아내는 것도 참 닮은 점이 많다. 무엇보다 같이 있으면 진짜 배 아플 정도로 깔깔깔 하다가 시간이 다 간다. 이 나이가 돼서 정말 배를 잡고 깔깔 웃는 경험은 흔치 않은데, 이렇게 셋이 모이면 여지없이 별 것도 아닌 일에 깔깔하느라 행복해서 눈물이 날 정도다.
시작은 윤영이의 카페에 모여 작은 모임을 해보자는 거였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와인도 마셔가며 이야기를 나누면 재밌지 않을까? 카페에 작은 지혜 책방을 만들고, 윤영이의 작은 옷방을 만들자는 이야기 정도였다.
그렇게 계속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의 고민이 한 가지 지점으로 뭉쳤다.
우리가 진짜 좋아하는 건, 잘하는 건 뭘까.라는 평범한 질문에서부터 ‘좋아하는 것에 확신이 있는 멋진 사람들’이 되어보자는 다짐이었다.
좋아하는 것에 확신이 있으려면 해봐야 안다. 찍어 먹어 봐야 내가 웃음을 짓는지 아닌지 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할 때 웃음 짓는지를 아는 삶은 얼마나 예측 가능하게 행복해지는 일인가.
이왕 이것저것 해보는 거, 계절 따라 모든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다 해보자는 우렁찬 외침으로 이어졌고, 나열하다 보니 해보고 싶은 게 진짜 너무 많은데 이거 사람들이랑 같이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을 웃게 하는 세상은 무엇일지, 그들의 세상에 물들고, 겹쳐지면서 세상을 더 넓게 만들고 싶었다.
포시즌 호비 클럽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지어졌다.
사계절 따라 취미 찾아 떠나는 여행.
조재와 윤영이에게 시작할 때의 마음을 다시 물어보았다.
조재는 호비 클럽을 만들 때 이런 마음이었다.
“호비 클럽을 만들 때 우리 셋의 추억을 기대했어. 또 우리 삶에 새로운 자극이 되길 바라는 마음. 우리 나이가 자연스럽게 어딘가에 소속되기가 어려우니까 깊게 알아가는 사람이 많지 않고,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게 되는데, 호비 클럽의 목적은 취미를 찾자는 거지만
또 결국엔 사람들이 모이는 거니까 다양한 사람들의 세상을 알아가고 싶었어.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아무튼 여름’을 읽고 좋았던 구절을 나누는 것과 호비 노트가 가장 좋았고 ‘오? 저런 생각도 할 수 있네, 정말 다 다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반면에 또 다들 살아가는 결이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나에 대해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시간이 좋았어”
윤영이는 호비 클럽을 만들 때 이런 마음이었다.
“나는 처음에 '카페라는 내 공간을 활용해서 복합 문화시설처럼 운영해보고 싶다'에서 출발했고, 두 번째는 일상이 매일 너무 똑같으니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바운더리도 넓히고 내 삶에 파장을 일으켜보고 싶었어! 또 늘 ‘소셜클럽에 들어가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주체가 되어서 해보는 게 더 재밌지 않나? 그러려면 경험이 많은 지혜랑 얘기해봐야겠다. 싶어서 지혜한테 제안했고, 꼼꼼한 조재 덕에 더 완성도 있어지면서 셋의 시너지가 참 좋았던 것 같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바쁜 일상 중에 기어코 만나서 얘기하고, 사전조사라고 하면서 맛있는 것 먹고 했던 시간들도 소중하고. 막상 오픈했을 때는 생각만 하지 않고 우리가 이루어냈다!라는 성취감도 있었고, 전혀 모르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에너지도 얻고 막연히 두려웠던 것들에 대한 답을 얻기도 했고,
역시 삶을 더 생동감 있게 만들어주는 건 사람이구나.라는 생각도 자주 했었던 것 같아.
가장 중요한 건 ‘하고 싶은 걸 저질러보는 행동이 얼마나 값진지?
용기 내서 시도해보는 모든 행위들은 꼭 나름의 의미가 있구나.
이게 내 삶을 으깨는 문장처럼 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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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호비 클럽이라는 이름을 정해두곤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우리의 생각을 모았고, 색을 찾아갔다.
가장 좋았던 건 그 과정 속에서도 우린 우리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갔다는 점이다.
‘난 이거 하고 싶어’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
‘야 이거 이렇게 하자!!’
‘이거 하면 진짜 재밌을 것 같아!!’
라는 생각들이 모이니 각자의 생각과 색도 점점 더 뚜렷해졌고, 너무 설레는 날들이었다.
모이지 못할 때는 줌으로 모였고, 퇴근하자마자 달려가 밤이 어둑해질 때까지 메모장을 가득 적어가며 우리가 하고 싶은 일들을 정해나갔다.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확실하게 마음이 모였던 건,
새로운 사람들과
혼자 도전하긴 쭈뼛거렸던 것들을
계절 따라 모두 도전해보며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싶다는 것
새로운 도전을 함께 해줄 사람들이 생기는 것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
이 모든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우리 또한 이 프로그램을 즐기며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
부담감에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고,
호비스러운 색을 유지하는 선에서 우리의 색을 입힐 것
우물쭈물하지 않고, 나를 웃게 하는 행동을 확실하게 해낼 수 있는 근사한 사람들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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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현동 카페에 앉아 복닥복닥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의 디자이너 조재가 쓱쓱 그려준 아이로 호비 클럽이 태어났다.
우리를 닮은 세명의 캐릭터와 호비 클럽의 상징인 기분 좋아지는 둥그런 아이.
그리고 사계절의 색을 담은 것들로 호비 클럽의 피드와 굿즈가 만들어졌다.
우리를 어떤 단어로 소개할지, 어떤 문장으로 설명할지 고민하는 과정은 우리 스스로의 생각과 색을 찾아나가는 과정이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대신 써주는 게 아니라 우리의 생각을, 우리가 함께 하고 싶은 이유들을,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적는 과정이었으니까
호비 클럽을 만들면서 내가 짙어졌고, 친구들이 짙어졌고, 호비 클럽의 색이 짙어졌다.
호비 클럽에는 우리 셋이 그대로 묻어난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인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특히 16년이나 된 우리들도 이 과정에서 서로에게 많이 묻고, 답하면서 서로를 진득하게 알아나갔다.
윤영이 말대로 뭐든지 생각하는 건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하고 싶은 걸 저질러보는 행동이 얼마나 값진지 온 몸으로 느꼈고, 조재 말대로 다른 사람들의 세상을 탐험하면서 나의 세상을 점점 더 확장해나갈 수 있어서 좋았다.
호비 클럽의 꿈은 크다.
나이 들어서는 호비 클럽이 적힌 캠핑카와 요트가 있었으면 좋겠고, 그 안에 사람들을 종종 태워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고 싶다.
오래오래 하고 싶다.
나이 들어서도, 바쁜 일상에서도, 지루한 생활에서도 호비 클럽과 매 계절 취미를 탐험하다 보면 가슴 뛰는 일을, 설레는 일을 자주자주 마주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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