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ze Jul 02. 2021

시간을 내 것처럼 쓰고 싶다.

자꾸 새로운 일을 벌리고 싶은데, 그냥 맥주나 마시고 싶기도 하고.

시간을 내 것처럼 쓰고 싶다.


요즘은 시간과 에너지의 분배에 대해서 참 많이 생각한다. 올해 1월 1일의 다짐은 ‘나의 모든 가능성을 탐험하자, 모든 가능성을 경험해보자는 것’이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반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을 벌렸고, 새로운 경험을 했고, 밀도가 높은 하루하루를 살았다.


처음엔 모든 일이 재밌고, 새롭고, 욕심나고, 이것도 저것도 다 하고 싶었다. 문제는 시간과 에너지의 분배에 있었다.


나는 빠떼리의 용량이 작은 편에 속한다. 그러다 보니 한 번에 하나의 프로젝트에 집중했을 때는 무리 없이 진행되었던 일들이 한 번에 6-7개가 몰리니까 어쩔 줄 몰랐던 시기이기도 하다.


하필이면 이직한 회사에서 제일 바쁘고, 나에게도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더 그랬을 거다. 12시까지 프로젝트 리딩을 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의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글을 기고하고, 브랜드 파티를 준비하고, 인터뷰를 했던 때다.


내 시간과 에너지보다 새로운 경험에 가치를 두던 때다. 그러다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일주일에 5일 정도는 밤늦은 시간에 회의를 하느라, 주말마다 해야 할 것들을 하느라 가족과의 시간에 조급함과 미안함을 느꼈던 때였을거다. 일보다는 가족과의 시간이, 나의 취미가, 무용한 시간들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런 시간들이 한없이 줄어드니 어느 순간 각성이 된 것 같다. 시간과 에너지를 내가 원하는 대로 쓰자. 정해진 것들이나 남이 정해준 대로가 아니라 내가 쓰고 싶은 만큼 나누고, 분배해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나처럼 관심사가 다양하고 여러 가지 일을 벌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러 개를 하면서 즐거움도 느끼지만 보통 여러 가지 일을 한 번에 할 때의 가장 큰 단점은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a와 b에 나눠서 쓸 고민과 시간과 에너지를 한 곳에 몰빵하면 더 큰 임팩트가 나지 않을까?”


사실 b만큼의 에너지를 a에 더 쓸지도 미지수고, b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 자체가 임팩트다. 근데도 자꾸 저런 생각이 들었다. 의문이 든다는 건 고민할 필요가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마침 융님의 클래스101 강의를 아침마다 듣고 있었고, 얼마 전 완강을 했다.


독립적으로 일하기 위한 마인드셋과 태도, 효율적인 시간관리와 프로젝트관리에 대한 강의였다. 나도 점점 사이드 프로젝트, 기고, 자문, 개인 프로젝트, 회사일, 운동 등등 범위가 넓어지면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다. 매일매일 도움이 되었던 내용이 정말 많은데 요즘의 나의 포커스는 시간과 에너지이다 보니 아래의 내용에 꽂혔다.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와 같은 말이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기로 결정한 곳이 만나서 나의 하루와 인생이 만들어진다.


시간을 아껴서 원하는 삶을 만드는 게 아니라 원하는 삶을 만들면 시간이 따라온다.


해야 하는 일 순서대로 가 아니라, 나에게 중요한 순서대로 일을 하자.


생산자는 콘텐츠 소비보다 만드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소비자보다 생산자.




내가 선택을 하는 것과 시간을 쓴다는 건 같은 말이다. 그러니 내게 중요한 가치들부터 시간과 에너지를 더 많이 쏟아줘야 한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시간을 아끼거나 쪼개는 일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과 가치에 집중하는 거였다.


그리고 나의 to do 에는 회사의 프로젝트나 사이드 프로젝트의 컨퍼런스 준비 같은 것들만 있으면 안 된다. 나를 위한 운동 시간이나 가족과의 시간, 글 쓰고 책 읽는 시간, 요리하고 산책하는 시간. 이런 시간들도 내가 시간을 써서 행복을 선택하는 일들이기 때문에 잘 챙겨줘야 한다. 바쁜 거 다 끝내고, 라는 생각으로 대하다간 12시에 퇴근해서 잠자고 다시 출근할 수밖에 없다.


“오늘은 내가 나를 위해 아욱국을 끓이고, 쭈꾸미쌈을 해 먹고, 런데이로 런닝을 해야지!”라는 다짐으로 이른 저녁에 집에 가는 길은 참 행복하다.


나를 개별 프로젝트처럼 대해줘야지.


여기까지 보면 그래서 내가 모든 일을 다 접고, 나의 일상에만 집중하겠다는 말 같은데 그건 아니다. 여전히 난 나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고, 새로 벌리는 일들과 그 일들의 가치가 너무 재밌고, 의미 있다.


새로운 자극이 너무 좋고, 안 해봤던 걸 하는 과정도 짜릿하다. 무엇보다 나는 하고 싶은 걸 모두 할 수 있고, 그 힘은 나 자신에게 있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인생을 만들어가는 힘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나에게 있으니까.


그래서 균형을 더 잘 잡기로 했다.

외부의 일들에만 가중치를 두는 게 아니라 진짜 나를 위한 일들에 가중치를 더 두고,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되고자 하는 모습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일을 벌이고 싶은 나와 놀고먹고 쉬고 싶은 내가 24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다 하려면 잘 나눠서 쓰고, 양보해야 한다.


융님은 두 명의 자아를 만들어 보라고 했다.

나는 그렇다면 새로운 일들을 벌리면서 나를 확장하고 가능성을 탐구하는 ‘가능성 지혜’와 내가 행복해하는 것들을 잘 알고, 가족과 나와의 시간으로 내 일상을 취향과 색으로 물들이는 ‘무용 지혜’라고 부르고 싶다. 무용한 시간을 즐기는 지혜.


이렇게 정하고 나니 두 가지가 충돌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고, 오히려 한 아이를 놓고, 다른 아이만 데리고 가는 것도 영 이상한 것 같다.


이제 스스로 인지하고 있으니 두 아이가 싸우지 않게 하루를 잘 나눠주고, 스스로 지치지 않게 잘 휴식해주는 것만 남았다.


반년이 지났다.

가능성 지혜 덕분에 말도 안 되게 재밌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해냈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가득 만났다. 이런 일들이 쌓여 나의 경험이 깊어지고, 색이 짙어졌다.


물론 무용 지혜 덕분에 많은 책을 읽고, 음악을 들었으며 여전히 제철음식으로 요리를 해 먹고, 원스키로 파워 스키도 탈 줄 아는 태양에 그을린 아이가 되었다.


이렇게 적고 나니까 뭔가 정리되는 기분이다.

요즘은 어쩐지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앞으로 두 아이를 더 잘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6월 18일의 일기 일부다.

일로만 하루를 가득 채우지 말자. 내 삶의 공간을 만들어두자. 밥도 차려먹고, 운동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읽고, 많이 웃고, 햇빛도 쬐고, 무용한 사간도 보내고. 정신없이 휘몰아치듯이 아침부터 밤까지 보내지는 말자.

-



남은 반년도 내 삶의 공간을 즐길 에너지를 잘 남겨주고, 세계를 넓혀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일주일에 하나의 주제로 살아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