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확정

막연했던 강연이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순간

by Young

강연 준비도 처음이지만

브런치 연재글도 처음인 요즘…

브런치 연재글을 마감시간 내에 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감시간을 넘겨 들어와 보니 내 글의 발행 예정일이 ‘4월 30일 수요일’로 되어있는 상황..

(내 글은 매주 목요일이 연재 요일인데, 마감을 놓치면 다음 주 수요일로 미뤄지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 발행을 하면 되는 것인지?)

—> 결론은 늦었어도 글을 쓰고 바로 발행을 할 수 있더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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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강연 준비를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늘 ‘아직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계획이 변경될 수도 있고, 어떤 사정으로든 이 일이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마음.

혹시나 나중에 말을 거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편과 동생들, 친정엄마에게만 살짝 운을 떼고는

너무 떠벌리면 일이 무산될까 약간은 비밀처럼(이라고 하기에는 브런치 연재글이라는 아주 대문짝만 한 광고 비슷한 걸 하고 있기는 했지만…) 말을 아꼈더랬지요.


하지만 며칠 전, 그 조심스러운 물음표들이 하나둘 지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강연 날짜가 확정되었고, 대상과 장소, 형식에 대한 세부 정보들이 도착했습니다.

심지어 강연 전, 주최 측과의 사전 미팅 일정까지 조율되면서

이번 일은 더 이상 ‘언젠가 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이 아닌,

‘내가 지금 준비해야 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확정이라는 건 참 묘한 단어입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변한 건 아니었지만, 마음의 태도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저는 이 소식을 친정과 시가의 가족들에게 전할 수 있었습니다.

(친정아버지께서 매우 좋아하셨음은 물론이고, 시부모님께서도 응원과 격려를 해주셔서 참 뿌듯하고도 행복한 기분이었습니다. )


지난 몇 달간, 저는 종종 나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아이를 돌보며 가정을 꾸리고 있는 동시에,

나라는 사람이 여전히 ‘일’과 ‘사회’ 속에서 유의미하게 존재할 수 있는지를 확인받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이 제안을 받았을 때, 저는 단순히 하나의 일을 맡게 되었다는 사실보다도,

그간 내가 쌓아온 시간이 단지 생계를 위한 고군분투만은 아니었음을

누군가가 알아봐 주었다는 듯한 안도감을 먼저 느꼈습니다.


한때는 자기 계발서 속에서 읽었던 문장들이

이제는 제 삶 속에서도 조금은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나를 찾아가다 보면, 길이 나를 찾아올 것이다’라는 말이 허황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요즘 저는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물론 들뜬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을 내려놓고,

강연이라는 구체적인 현실 앞에 다시 마음을 단단히 붙들어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다시 책상 앞에 앉아, 강연 내용에 관한 여러 아이디어들을 하나씩 정리해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만났던 다문화 가정의 다양한 사례들을 떠올리고,

그들이 느꼈던 어려움이나 질문들을 다시 복기하고 있습니다.

혹시 그들의 목소리를 조금 더 가까이 들을 수 있을까 싶어

제가 알고 있는 이웃들에게 간단한 설문을 제안해 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영어가 점점 더 익숙해지는 아이들 속에서

조금씩 무너져 가는 한국어의 흔적들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문장 안에 영어가 스며들고, 억양은 익숙하지만 어휘는 점점 줄어드는 모습들.

그 ‘브로큰 한국어’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부분을 회복하거나 이어주고 싶은지를 이야기의 중심에 두고자 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강연이라는 형식 자체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됩니다.

어른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란 어떤 온도여야 하는지,

명강연이라 불리는 이야기들은 무엇이 다르기에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지.

양가 부모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김창옥’이라는 강연자를 언급하셨고,

저는 유튜브에서 그의 강연을 찾아 들으며 어른을 대상으로 한 전달 방식과 감정의 흐름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세바시, TED 강연들 역시 참고하면서 저만의 언어와 구조를 만들어가기 위한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준비는 단지 ‘무엇을 말할지’가 아니라

‘어떻게 말할지’, ‘왜 말하는지’로까지 확장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시기는,

말을 준비하는 시간이자, 다시 한번 나를 정리해 보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나의 길을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열어가고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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