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람을 대할 때
의외로 쉽게 높이거나 낮춘다.
어떤 사람 앞에서는
괜히 작아지고,
어떤 사람 앞에서는
설명하지 않아도 될 우월감을 가진다.
존중과 경외,
무시와 가벼움은
생각보다 가까운 자리에서
같은 뿌리를 공유한다.
관계 속의 불편함은
종종 여기에서 시작된다.
누군가를 우러러보는 순간
나는 그 앞에서 긴장하게 되고,
누군가를 가볍게 보는 순간
나는 그를 제대로 보지 않게 된다.
높아진 관계와 낮아진 관계에서는
서로가 자연스럽게 존재하기 어렵다.
그래서 어떤 문장을 읽고
나는 오래 멈춰 있었다.
“누구도 소홀히 대하지 마라.
누구도 우러러보지 마라.
안절부절 못 할 필요도 없다.
그냥 담담하게 상대를 바라보라.
그냥 존재하게 두어라.
그냥 존재하는 관계 위에 피어나는 꽃들을 음미하라.”
이 문장은
관계를 잘하는 방법을 말하기보다
관계 앞에 서는 태도를 말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특별하게 만들지 않고,
누군가를 하찮게 만들지 않는 것.
그저 한 사람으로 두는 것.
그 자리에 서 있을 때
사람은 비로소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
우러름 앞에서는
사람이 과장되고,
무시 앞에서는
사람이 축소된다.
하지만 평평한 시선 앞에서는
사람이 본래의 크기로 존재한다.
존재를 있는 그대로 두는 관계에서는
무언가를 증명할 필요가 없고,
사라질까 붙잡을 필요도 없다.
그저 함께 있는 시간 속에서
사람이 스스로 드러난다.
관계가 깊어지는 순간은
무언가를 해냈을 때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허락될 때에 더 자주 온다.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특별해지지 않아도 되는 자리.
그 자리에 놓인 관계 위에서만
어떤 감정들은
조용히 피어난다.
신뢰,
안정,
편안함,
그리고 오래 머무는 애정.
어쩌면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을 바꾸는 것도,
이해하는 것도 아니라
그 사람을
그 사람의 크기로
그냥 존재하게 두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누군가를 높이거나 낮추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그 사람이 존재해도 되는 자리로
조용히 두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