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주는 일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기대가 따라붙는다.
이만큼 주었으니
이만큼은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 한편에는
균형을 맞추려는 감각이 자리한다.
그래서 사랑은 종종
조용한 거래가 된다.
얼마를 주었고,
얼마를 받지 못했는지,
그 보이지 않는 계산이
관계의 온도를 바꾼다.
기대가 어긋나는 순간
사랑은 쉽게 실망으로 변한다.
나는 이렇게 했는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는 생각이
마음을 빠르게 식힌다.
하지만 사랑은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주는 순간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되는 감정이라고 한다.
돌아보면
부모님의 사랑이 나에겐 그렇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나에게 건네졌던 마음.
그것이 얼마나 깊은 수준의 사랑인지
이따금 놀라곤 한다.
돌아보면
그 사랑은 언제나
나를 향해 있었고,
조건 없이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과연 나는
누군가를 그렇게 사랑한 적이 있었나.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은 마음으로,
상대의 반응에 기대지 않고
그저 주는 것으로 충분한 마음으로.
부모님에게 받았던
서툴지만 당신네들의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가장 큰 사랑과
지금까지 내가 해 왔던 사랑은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더 망설여진다.
조건없이 주는 방식으로 사랑하는 일은
여전히 낯설기 때문이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마음을 건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상처받을 가능성도 함께 열어두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가장 또렷해지는 순간은
기대가 내려놓인 자리라고 한다.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은 마음,
인정받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
그때 비로소
사랑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상대의 반응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가 된다.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을 계산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돌려받기 위해 주는 마음이 아니라
그저 주는 것으로 충분한 마음.
책을 백 권을 읽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이제는 눈 딱 감고 해보려 한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건넬 때
가장 선명해지는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