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을 살아보는 일

by 녀웃

며칠 동안

남루한 옷을 입고,

싸구려 음식을 먹으며

살아보라.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것이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상황인가.’


얼마전 책에서 읽었던 문장이다.


완전한 발상의 전환이다.


실제로 위 문장을 따라

남루한 옷을 입고, 싸구려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 본 적은 없지만


이 문장은

내 마음의 크고 작은 걱정과

막연한 두려움들을

많이 덜어주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았다.


사실 우리는 실제보다

상상을 더 두려워하는 것 같다.


일어나지 않은 일,

아직 오지 않은 상황,

겪어보지 않은 결과를

머릿속에서 반복하며 키운다.


그래서 두려움은 점점 커지고

현실보다 훨씬 무거운 형태로 남는다.


무너질 것 같고,

감당할 수 없을 것 같고,

그 순간이 오면

모든 것이 끝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막상 용기내어 그 장면 안으로 들어가보면

우리에겐 왠지모를 힘이 생긴다.


생각보다 견딜 수 있고,

생각보다 무너지지 않으며,

생각보다 계속 살아진다.


불편함은 있지만

파괴되지는 않는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전에는 겪지 못한 평온함이 찾아온다.


이미 두려워하던 장면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상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대부분

겪는 동안이 아니라

겪기 전까지 가장 크다.


그때 우리는 현실이 아니라

가능성의 최악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려움을 줄이는 방법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에 가깝다.


물론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해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된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두려움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더 이상 나를 압도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생각보다

약하지 않고,

생각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디서 시작된지 모를 두려움과 걱정이

문득 찾아온다면


이를 피하지 말고

오히려 내게 닥칠 수 있는 최악을 먼저 상상하며

그 안으로 들어가보자.


생각보다 별 일 아닐것이다.


우리는 모두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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