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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리인 Aug 12. 2022

집합 교육은 그래도 지속되어야

장점도 많은데


 집합교육이 눈에 띄게 줄어 연수원 운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종사하는 많은  분들의 어려움이 미루어 짐작된다. 어려운 시기에 건투를 다.


 온라인 교육 비중이 미미하던 때에는 1년에 30 퍼센트는 매주 교육 진행을 나가기도 했다. 교육이 양과 질적으로 활발하니 교육생도 자주 접했고 그런 만큼 다양한 일이 일어났다.


#1  집합 교육이 부담스럽지


 선임 사원으로 교육 진행에 한창 재미를 붙이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6시 반부터 교육 기자재와 아침 일찍 참가하는 교육생을 위해 김밥과 우유 등 간식류를 준비해 연수원에 입소했다.


 교육생 도착 여부를 확인하고 교육 준비와 다과 등 세팅을 마치고 잠시 숨을 돌릴 때였다.


 "아니 김밥만 주면 어떻게 해. 국물도 챙겨 줘야지." 중견 사원으로 보이는 40대 초반의 지방 교육생이 소리를 지른다. 취기가 눈매에 가득했다.


 '우유 등 음료랑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순간 불끈했다. 아마 해장이 하고 싶은 것 같았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옆에 있던 다른 교육생이,

 

 "이 친구 아직 술이 덜 깼네. 담배나 한 대 피우자" 하며 밖으로 이끌었다.


 이른 시간부터 준비해서 타사보다 다과 등도 나름 더 신경을 는데, '일리는 있지만 이른 시간에 수배가 안되는데 어디까지 신경 써야 하나?' 하고 씁쓸하기만 했다.


 집합 교육을 하면 전국의 다양한 교육생이 모이는 만큼 늘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진행자가 제일 신경 쓰는 것은 음주 문제이다.




  신임 과장 대상 교육 때였다. 이런 교육이 특히 주의를 요한다. 진급했으니 기분도 좋고 동기 등 아는 이들을 만나니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


  2일 차 교육 시작 시간이 되었는데 K과장이 안 보인다. 룸 메이트한테 물어보니 어제 숙소에 안 들어와서 다른 방에서 잔 줄 알았다 한다. 동료들도 못 봤다 한다. 등골이 오싹했다.


 "적당히 하도록 자제시켰어야지", 팀장이 질책하며 빨리 찾아보자 한다.


 '큰 일 없어야 하는데' 하며, 연수원 곳곳을 살폈다. 숙소마다 찾았는데 없으니 긴장이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경찰에 연락해야 하나?' 싶었다.


 대형 연수원이라 규모가 컸다. 숙소 반대편 쪽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침 교육생이 없었던 국제관 룸까지 살펴봤다.


 문이 열려있던 어느 방에 K과장이 곯아떨어져 있었다. 두주불사로 유명한 그인데 도대체 얼마를 마셨단 말인가?


 팀장과 서로 쳐다보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젠가는 그룹 연수원 총무 담당자가 이른 아침부터 찾는다.


 "야! 너네 정말 이럴 거야. 제일 사고를 많이 쳐. 어제 무슨 일 있었는지 알아?"


 "적당히 마시고 들어가면 되지. 기물이나 파손하고 말이야."


 

 대형 옷걸이와 탁자가 손상되었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몇 번이나 고개를 깊이 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친분이 있었기에 봐준 것 같았다.


 먼 훗날 화려한 이력(?)을 보인 이 교육생들이 임원으로, 명망 있는 팀장으로 자리한 걸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2  꿈같은 날들


 집합 교육에 이런 문제점만 있다면 연수 시설 운영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4차 혁명의 파고와 코로나 19의 영향, MZ 세대의 급부상 등으로 집합교육의 앞날은 욱 어둡기만 하다.

 

 인재 육성 부서 관련자들의 지혜가 더욱 필요한 시기다. 온라인 교육의 흐름은 어쩔 수 없겠지만 집합 교육만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


 교육 목적과 특성에 따라 운영하되, 교육 이후 업무 활용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집합 교육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동료들과 알게 되고, 평소의  고충을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되어 동질감이 형성된다.


 둘째, 교육 시 발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자신의 업무에 대한 동기부여와 업무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셋째, 교육 이후, 업무 정보 교환과 지원  등 업무 개선에 도움이 된다.


 교육 담당자들의 깊은 고민과 완성도 있는 운영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직무 교육 시에는 시간을 배정해 가급적 업무 간담회를 운영했다. 본사 임원, 팀장을 배석해 현장의 의견과 제안을 듣고 가능한 것은 바로 의사 결정을 하게 했고,  신속히 현장에 답을 주게 했다.

의사 결정권자가 참석하니 확실히 효과적이었다.


 교육생은 물론 교육 진행자도 큰 공부가 된다. 경험하지 못한 현업의 다양한 업무와 현안, 고민과 건의사항들을  듣게 되니 많은 간접경험을 하게 된다.


 어느 시기부터는 교육생들과 맥주 한 잔 할 때는

그들의 이야기를 메모했다. 다움 날 교육 설문지의 내용과 함께 본사 관련 부서 팀장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습관화했다.


 그것이 진행자의 일이고, 그로 인해 업무가 개선되어 현장이 더욱 신나게 일하길 바랬다. 나누었던 이야기가 즉시 반영되어 현장이나 본사나 모두 만족해할 때는 더 보람이 컸다.



 

 갈수록 모두 어려운 시기다. 교육 분야는 더 그럴 것이다. 비용, 효율성, 교육생 니즈 등에 따른 온라인 교육 가속화 추세에서도 집합 교육의 긍정적 효과도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CEO를 비롯한 윗 분들의 넓은 시야와  열린 마인드가 필요하다. 교육 담당자에게 힘을 실어 주자.


 활짝 핀 꽃들과 잘 정돈된 정원, 맡은 바 무에 최선을 다하는 사자들의 밝은 미소가 그립다.


 연수원이 교육생으로 가득해, 본래의 활기를 띄는 나날을 꿈꿔본다.




이미지 출처  : 제목 - LG인화원, #1 - 픽사베이 #2 - 픽사베이, 서울시 수안보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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