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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리인 Aug 25. 2022

보고서는 저렇게 만드는구나

탁월한 선배의 가르침


뜻밖의 야근

 

 신입 시절 교육 부서에 근무할 때다. 초창기 한창 성장하던 시기로 인사부 안에 총무, 교육, 인사과 인원이 자리를 함께 한 채 나란히 근무했다.


 어느 날, 연초에 그룹 계열사 인사팀에서 우리 회사로 부임한 인사과장님이 불렀다.


 “너, 오늘 저녁 특별한 일 없지? 나랑 같이 야근 좀 해야 하겠는데…” 한다.


 옆 부서 과장님의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느닷없이 무슨 소리이지? 하고 흠칫 놀랐지만, 평소 좋아하던 관리자의 이야기라 주저 없이 알았다고 했다.


 슬쩍 인사과 직원에게 물어보니 급하게 내일까지, <고성과 핵심인재 육성 방안>에 대해 CEO에게 보고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까다로운 보고를 갑자기 하라니, 뭔가 이유가 있는 듯했다. '시간이 너무 촉박한데 가능할까?' 하는 생각과 함께, 햇병아리인 내가 할 일이 있을까? 싶었다.



#1  초조와 불안


 인사과 직원들도 다른 행사로 모두 퇴근하고 과장님과 나만 남았다. 어려운 보고인데 다른 직원들 없이 될까? 하며 물어보니, “어 내가 작성하면 충분해. 자네는 좀 도와주기만 하면 돼.” 한다. ‘출중한 과장님이니 알아서 하시나 보다’ 했다.


 저녁을 먹고 이것저것 직원 교육 관련한 자료를 가져다 드리니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내일 아침 9시 보고인데, 시간은 벌써 10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과장님은 아직 보고서 작성도 들어가지 않고 관련 자료와 책자 등을 훑어보고 있다. ‘시간이 없는데 더 서둘러야 할 텐데’ 하며 밀려 있던 업무를 했다.


 또 시간이 훌쩍 지나 벌써 자정이 지났다. 슬쩍 과장님을 보니 조용히 자료에 눈길을 준 채 몰입해 있다. 도울 일도 없고 죄송스러운 마음에,


 “과장님 사발면이라도 드시겠어요?” 하니


 “어 거 좋지” 한다.


 <고성과 핵심인재 육성 방안>이라는 테마가 신입사원 눈에도 어려운 작업이고, 보고서 작성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과장님.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는데 괜찮으세요?” 하니,


 “어 볼 게 있어서, 아직 괜찮아.” 한다. 유머러스한 과장님도 평소답지 않게 긴장한 모습이라, 입을 다물었다.


 


 중간중간, 복사나 커피를 타 드리다 보니 벌써 시간이 오전 3시 가까이 되었다. 여전히 과장님은 문서 작성은 하지 않고 뭔가 골똘히 이면지에 기재하고 있었다. ‘아 시간이 너무 부족한데…’ 하면서도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더 답답하기만 했다.


 또 시간이 흘러 불안감애 사로잡혀 있는데, 이면지에 무언가 작성하던 것을 막 마무리했는지,


 “이제 타이핑만 하면 되겠다” 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벌써 4시 가까이 되었다. 다가가서 보니 이면지 한 페이지를 넷으로 나눠 빼곡히 보고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보고서로 하면 총 12페이지나 되었다.



#2  많이 배웠습니다


 당사 인재육성 현황과 문제점, 고성과 인재 육성의 필요성, 인재상과 필요 요건, 선진사 사례, 당사 인재육성 추진 방향, 향후 구체 계획, 인재 Pool과 대상자, 추진 일정표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해외와 국내 선진사 사례와 핵심인재 프로필 등 첨부자료까지 총망라되어 있는 자료를 보니, 짧은 시각으로 보더라도 명쾌했다.

 


 '과연 내일 아침까지 보고가 가능할까?’ 하고 내심 걱정했는데 일시에 기우가 되었다. ‘역시 큰 회사 인사 출신이라 깊이와 실력이 다르구나’ 하고 절감했다. 얼마 주어지지 않은 짧은 시간에 어려운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과 수준은 많은 시간을 들여 단련되었을 것이다. 평소 타이핑도 빠른 과장님인지라 일사천리로 문서를 작성해 나간다.


 마침내 초조하게 지켜봤던 문서 작업도 마무리되고 과장님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커피를 마시며 보고서의 오탈자를 마지막까지 검수하며 보고 시간을 기다렸다.


 결국 과장님의 기획력과 노력 덕분에 칭찬과 함께 보고가 잘 마무리되었다. 비중 있는 보고서 작성 경험이 없었던 나로서는 느낀 점이 많았다. 과장님에게 궁금했던 점을 물어봤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고민하시는 시간이 길어 조마조마했는데 이유가 궁금해요” 하니,


 “어, 난 그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 보고 내용의 틀과 방향이 명확해야 논리의 흐름과 연결이 매끄러운 거야. 조금 시간이 들더라도 보고자가 보고할 내용의 논리와 방향이 확고히 서야 해. 그러면 다음은 부차적인 것들이지.” 한다.


 ‘아 그래서 과장님이 많은 시간을 들어 이면지를 4분면으로 나눠 골똘히 고민했구나’ 하고 이해가 되었다. 보고서 작성 기회가 전무했던 나로서는 큰 공부가 되었다. 이후 보고서 작성 시에는 과장님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고민했고, 말씀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직원들의 문서나 보고서를 보면 아쉬울 때가 꽤 많았다. 쉬운 안건들도 보고자의 의견이 미흡하거나 과거의 내용과 동일하거나 논리가 약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


 ‘평소 하던 보고인데, 전임자도 이렇게 했는데,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쉽게 생각하기도 한다. 보고서는 자신을 대변하고 윗사람이 자신의 업무 능력을 판단하는 중요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보고서 등 문서 작성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요령이고 스킬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분들이 고수의 레시피를 찾아 벤치마킹을 해, 매출을 크게 신장하는 것과 같다. 유튜브나 서적 등 넘쳐나는 자료를 활용해 보고서 작성 스킬을 몸에 익혀야 한다. 기본적인 것만 습득해도 보고서의 내용과 수준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전에 고객 대상 스포츠 이벤트 행사를 했을 때, 유명 골프선수가 “몸의 중심을 지켜라”라고 한 말이 기억에 있다. 이 또한 골프를 잘 치기 위한 기본 요건일 것이다. 직장이든 가정이든 일머리가 좋은 이들이 있다. 타고난 이들이 분명히 있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요령과 스킬이 있고 그것을 익힐 수 있다.


 바쁜 일상에서 스스로 더 성장하려는 노력과 실행은 훌륭한 일이다. 보고서 작성 지식을 접한 적이 없거나 보고 스킬이 부족하다면 방법을 찾아보고 적용해 보자. 보완하고 개선하면 업무의 질이 달라지고 일이 즐거워진다. 자신의 미래와 성장을 위해 찾아보면 어떨까?




이미지 출처 : 제목 - 스포츠조선, #1 #2 #3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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