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북 대상에 빛나는 김입문 작가의 저작 <여자야구 입문기>를 감정이 이입된 채 순식간에 봤다. 야구 초보가 두려움을 떨치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멋진 선수로 성장하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다양한 환경과 어려움 속에서도 스포츠에 대한 열의와 몰입으로 구르고 땀을 흘리며 플레이 하나에도 힘을 쏟는 그들의 노력이 흥미진진했다.
힘들게 야구장을 구하는 장면에서는 일본 지방도시를 방문했던 생각이 났다. 야구장 4개가 갖춰진 곳에서 경기를 하던 청소년들의 모습과 함께 사회체육의 환경과 저변에 감탄했던 당시가 떠올랐다. 저자의 빼어난 글솜씨가 자연스레 골수 스포츠팬인 나의 스포츠에 얽힌 추억들을 불러냈다.
#1 스포츠와 함께 했었네
학창 시절에는 지금의 청소년들에 비해서는 운동을 할 기회가 훨씬 많았다. 초등학교에서는 배드민턴 동아리 활동을 하기도 하고 잠시지만 합기도도 배웠다. 중학교 때는 야구, 고등학교 때는 농구를 많이 했다. 고교 1학년 체육시간에는 유도를 배우기도 했으니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듯하다. 실력이 곧바로 승부로 직결되는 스포츠 세계이다 보니 탁월한 운동능력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가 많았다.
평범했던 나도 잘했던 몇 가지 기억들이 있다. 왠지 이런 기억들은 잊히지 않는 듯하다.
중학교 친구들과 야구를 할 때였다. 1루수였는데 파울 플라이가 떴다. 순간 ‘미리 볼 위치를 예측하고 공을 보지 않고 달려가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야구 해설자의 말이 나도 모르게 생각났다. 그대로 이십여 미터 달렸고 공을 기다려 타이밍 좋게 잡을 수 있었다. 뿌듯하고 자신감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농구공을 잡아봤다. 친구들의 실력이 탁월했는데 덩달아 농구 동아리에 들어갔다. 하루에 몇 시간씩 농구를 하다 보니 초짜였지만 제법 실력이 늘었다. 도(道) 주최 대회에서는 친구들의 활약으로 손쉽게 우승을 할 수 있었다.
나도 출전을 해 상대방을 제치고 레이업 슛을 하거나 자유투로 득점에 성공을 할 때는 짜릿했다. 대학교 때 과 대항 농구 시합 4강전을 앞두고 있었다. 선배가 우승후보였던 상대팀 슈터를 전담 마크하라고 한다.
시종일관 미친 듯이 따라붙었고 결국 평소 20점 이상 올리던 그 선수는 8점에 그치고 말았다. 경기 종료 후 매섭게 노려보던 슈터 선배에게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는 나를 모두가 환호성을 올리며 맞아주었다.
운동을 하면서 익힌 기술이나 요령이 유사시에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학창 시절에는 농구의 열기가 축구나 야구에 비해서 높아서 축구를 할 기회는 적었다. 자신이 없던 군대 축구 시합에서 농구하면서 습득한 동작과 기술로 상대를 제쳐 패스를 하거나 슈팅에 성공을 할 때는 ‘이 기술이 먹히는구나’ 하고 실감할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다가 크게 넘어지거나 겨울 철 눈길에서 미끄러질 때가 있다. 위급한 경우 나도 모르게 낙법(落法)을 해 충격을 완화할 때는 합기도에서 배운 기술이 본능적으로 나오는구나 하고 청소년기 운동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2 실행이 필요해
신입 때는 회사의 농구 동아리 활동을 했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골프가 비즈니스와 네트워크 관리에 많이 활용되는 회사여서 골프를 접할 기회도 많았다. 필드에 나가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듯한 해방감과 함께 사계절을 만끽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지만 스포츠 자체에서 느끼는 매력은 농구나 야구에는 미치지 못했다.
<뭉쳐야 쏜다>라는 농구 프로그램이 있었다. 체육인을 대상으로 한 농구팀과 일반 팀 간의 게임으로 농구에 대한 향수가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방송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번 주는 상대팀이 어딜까 하는 궁금함과 승패를 점쳐보는 것도 흥미 있었다. 어느 날 슛을 쏘는 상대팀을 보다가 특이한 폼이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아서 유심히 봤다. 드리블을 치는 걸 보고 확신이 왔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과 대항 농구 전에서 상대 슈터를 전담 마크하라고 독려하던 바로 그 L 선배였던 것이다.
'야 이 선배 정말 대단하네. 아직도 농구를!' 하고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증권사 임원으로 퇴직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60이 다 되었는데도 코트에서 종횡무진 뛰다니...
오래전에 일본에 파견 중인 선배를 현지에서 만나 맥주 한잔 할 기회가 있었다.
"타지에서 지낼 만해요?" 하니,
"어 농구 동아리에 가입해서 매주 운동도 하고 즐겁게 지내고 있어" 하며, 지역 팀을 찾아 가입했다 한다.
회사에서도 농구 동아리 회장을 하며 꾸준히 농구와 함께 하고 타국에서도, 또 은퇴 이후에도 농구공을 손에서 놓지 않는 선배의 플레이를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면서 지켜봤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서 60 전후의 검도복을 입은 이웃을 자주 보곤 했다. 서로 목례를 하노라면 '이 분은 참 한결같은 분이구나' 하고 응원하게 된다.
또, 한강변의 고수부지를 걷다 보면 사이클, 축구, 야구, 족구, 배드민턴, 게이트볼 등을 하는 이들을 많이 보게 된다. 활력이 넘치고 생동감이 느껴지는 모습들을 보노라면 '더 늦기 전에 나도 하긴 해야 하는데...' 하면서도 생각에 그치고 만다.
건강검진 시에 사전 문진표를 작성할 때 운동 항목란에서 주간 운동 횟수와 시간을 적을 때마다 찔린다. 세상의 긍정적 변화나 재테크나 운동이나 모두 해답은 실행이다. 내년에는 나도 자신 있게 작성할 수 있도록 움직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