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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리인 Nov 02. 2022

어머니들을 쉬게 하자

1천 원 어르신 식탁


 청국장, 갈치조림, 북엇국, 제육볶음, 계란찜….


 시골집에 가는 날이 다가오니 부모님 음식 메뉴가 고민이 된다. 집에서 식사 준비를 자주 하는 편이지만, 부모님 식사는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온다.


 두 분이 입맛도 다르고, 연로하니 식성이 더 까다로워진 것 같다. 음식을 잘 드실 때는 안심이 되니, 조금이나마 주부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팔순을 넘긴 어머니가 구순의 아버지와 오순도순 잘 지내오셨는데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병환으로 기둥이 흔들리는 느낌이다. 동생들과 힘을 합쳐 헤쳐 나가고 있지만 몇 달을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


 연초에 은퇴해 다른 가족들보다 여유가 있는 덕분에 간병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두 분 식사를 준비할 때면 어머니가 농장 관리를 하는 와중에도 팔십 넘어서까지 하루 세끼 챙기느라 참으로 고생 많았겠다고 절실히 느끼곤 한다.


  학창 시절 농촌활동에서 느꼈던 감정이 자연스레 되살아났다.




#1  앵두주가 그립구나


 충청도로 농촌 활동을 일주일 남짓 간 적이 있다. 시골 야산의 바위도 캐 내고 모내기도 하고 농촌의 일상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처음 해 보는 힘든 노동일은 젊은 혈기로도 버티기 힘들었다. 한낮에 마을 회관 옥상에서 잠시 누워 눈을 붙일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금세 곯아떨어졌다.


 고된 하루 일과가 끝나면 저녁 일정이 연이어 이어졌다. 장년반, 청소년반, 아동반 등 역할을 나누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유난히 따르던 고교생이 눈에 선하다.


 나도 장년반에 소속되어 농민분들과 토론도 하고 말씀도 듣다 보니 농촌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농촌 정책에 대한 의견도 이야기하고 생각들을 학생들과 나누려고 모두 열심이었다.


 직접 담근 앵두주도 한잔씩 따라 주셨다. 새콤달콤한 그 맛이 지금도 눈에 아른거린다. 그윽한 맛을 못 잊어 시골집에 앵두나무를 심었는데 냉해로 죽고 말았다. 튼실한 놈으로 다시 심어야 하겠다.


 

 당기는 앵두주를 연신 입에 가져가면서도 ‘시골 여성들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농사일도 남편과 함께 하면서 삼시 세끼 식사 준비에 짬짬이 새참도 챙겨야 되고 빨래 등 집안 일과 육아 등 보통일이 아니다. 생활보다는 생존에 가까운 삶인 것이다.


 요즘이야 가전제품도 넘쳐 나는 등 삶의 질이 많이 개선되었겠지만, 큰 틀에서 어떨지 모르겠다. 시골 일은 부지런함과 정성이 전제가 되어야 하니 말이다.



#2  효자손이 필요해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전체 인구의 16.5%로 854만 명에 이른다. 2025년에는 1,051만으로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농촌은 더욱 심각해 고령인구는 20년 대비 4.5% 증가한 46.8%로 221만 명에 이르고 있다.


 시골의 생활 편의를 위해 지자체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그중에 호평을 받는 것이 “500원 택시”다. 500원만 내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데, 반응이 좋아 일부 지자체는 월간 이용 횟수 증대 등 확대 운영을 하고 있다.


 시골 노인 생활에서 의료와 교통 문제도 중요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식생활 문제이다. 끼니를 적당히 때우거영양이 부족한 식사를 하는 독거 노인도 많다. 요양보호사를 활용한 치매환자 등의 장기요양 지원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처럼, 시골 노인 가구의 식생활 지원도 적극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마을 회관은 사랑방 역할을 이미 훨씬 뛰어넘은 듯하다. 사교의 장소이고 교육을 받기도 하고 마을 일을 논의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혼자 식사하는 외로움도 달래고 마음 맞는 분들이 같이 모여 식사를 하기도 하는 전천후 역할을 한다.


 외지로 나간 출향 인사들이 마을 회관에 최신 가전제품을 쾌척하기도 하고, 자식들이 고향 어르신들을 위해 쌀과 부식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어 시골 노인들의 고충해결해주고 있는 “500원 택시” 같은 제도를 식생활에도 접목하면 어떨까?


 마을회관을 거점으로 해 영양사 등을 활용해 가칭 “1,000원 어르신 식탁” 같은 형태의 식사 지원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다. 어머니들 밥 걱정, 반찬 걱정의 시름을 없앨 수 있다. 발 빠른 자자체나 마을에서 유사한 형태로 하고 있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부족한 재원은 자녀나 독지가의 지원 등으로 가능하지 않을까? 마을 운영기금 등으로 일정액을 부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시골은 식재료도 직접 재배하고 있으니 비용도 더 줄일 수 있다. 노인들의 균형 있는 식생활이 건강에도 직결되므로 관계 기관의 참신한 발상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도시에 비해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시골 노년층의 식생활 문제 개선은 건강 증진과 일자리 창출, 농촌의 활력 증대로 연결되는 만큼 모두의 지혜가 필요하다.


 가려워하는 것을 시원하고 발 빠르개선하고 해결하는 것이 평균 수명이나 1인당 국민소득 등 숫자 보다도 더 중요한 가치이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 제목,  #1 - 픽사베이  #2 – 완주군


#노인 #복지 #어머니 #요양보호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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