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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리인 Nov 16. 2022

신입사원 왔습니다

최고로 키우겠어!

 

 퇴직자 명단에 이름이 오른 다음 날, 낯익은 엽서 하나가 도착했다.


 K지점에서 같이 일했던 신입사원 P가 보낸 것이었다. 마스다 미리 만화가의 일러스트 엽서였는데, 엽서 수집 취미가 있던 P에게 내가 주었던 것이었다.


 “부장님, 저의 첫 번째 부서장님이 되어 주셔서 감사드려요” 하는 말과 함께 새 출발을 응원하는 내용이 간결하게 잘 표현되어 있었다. P의 따뜻한 마음이 오롯이 느껴졌다. 비록 1년의 기간이었지만 함께 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회사의 인력 상황에 따라 이삼십 명 정도의 신입 공채 인력을 전원 본사로 보내기도 하는데, 그 해에는 30퍼센트 정도를 지점에 배치했다. 1월 초 지점으로 첫 출근한 P를 보고 이십여 명의 직원들이 모두들 반가워하며 인사와 덕담을 건넸다.


 ‘너무 걱정하지 마. 본사로 간 동기들보다 더 멋있게 키워줄게!’ 하고 마음먹었다.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는 본사에서는 쉽지 않은 현장의 생생함은 물론 나의 지식과 경험을 잘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1  직장생활 재미있게 해 봐


 빠른 적응을 위해 경험이 많은 L차장에게 멘토 역할을 하도록 했다.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가급적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되, 충분한 배려와 지원을 하게 했다. 현장 영업 활동을 할 때는 일부러 참여를 시키기도 했고 지점 워크숍 등은 기획 단계부터 주도하게 했다.



 한 두 달이 지나니 P의 표정에도 자신감이 보였다. 차분하지만 긍정적인 마인드와 빠른 업무 습득, 선배들의 관심으로 순조롭게 적응한 것이다.


 나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업무 외적으로 직장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조언을 하기도 했다. 교육부서 근무 시의 신입사원 교육 담당자였던 책임감과 함께 무뚝뚝했지만 따뜻했던 신입사원 당시 나의 과장님의 영향도 있었다.


 지점에서 직원들과 독서 동아리를 하고 있었는데, 문득 신입인 P도 같이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의 시각이 궁금하기도 했고 분위기를 새로이 하고 싶었던 것이다. 동아리를 소개하고 의향을 물었다.


 “예, 저는 따로 생각한 곳이 있어서요” 한다. 순간 예상치 못한 답변에 멈칫했지만, 잠시 후 완곡하게 거절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는 P를 보고 오히려 ‘오... 커뮤니케이션도 잘하는데’ 하고  미소를 지었다.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인재육성 부서에서도 정기적으로 워크숍도 하고 아웃도어 프로그램과 교육도 하는 등 공을 들이는 것이 보였다. 본사도 잘하고 있구나 하면서도, 배치된 부서장에게 기간별로 정기적인 신입 육성 가이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사 차원의 케어도 중요하지만 같이 생활하는 부서에서의 육성이 더 중요하니 말이다.



 부서에 일임하기만 하면 부서의 분위기나 부서장의 성향에 따라 육성의 깊이와 폭이 다르다. 신입사원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이나 지나친 비호는 타 직원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자칫 퇴사로 이어질 수 있어서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부서장으로서 P뿐만 아니라 타 지점 방문 시 돋보였던 그 지점의 C신입사원을 인사팀에 피드백해 주었다. 모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인드와 태도가 보기 좋았다. 후 인사에 반영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고 향후 신입 채용이나 육성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2월이 지날 무렵, 이제 적응도 되었으니 슬슬 과외 공부(?)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시설이나 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하므로 혹여 본사의 동기들보다 뒤처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으니, 그 점을 최대한 극복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를 보자 했다.

 



#2  과외하기 프로젝트


 나의 다양한 경험과 생각들을 전달해 P의 경쟁력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취지를 말하니 P도 수긍한다. 부담이 가지 않도록 테마별로 2, 3주에 한 번, 한 장으로 생각을 정리해 보라고 했다.


 업계 외국 선진사 상품/서비스 특징, 광고/홍보 효과 극대화 방안, 타사와의 상품 신청 프로세스 비교 등의 열 가지 테마를 정했고, 주제에 따라서는 사례를 접목한 나의 교육으로 대체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테마는 “회사별 상품 신청 프로세스 비교”였다.


 “우리 회사는 신청 완료까지 3분이 넘었어요.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도 있었고 이용하기 불편느낌이었어요.” 눈을 빛내며 말한다.


 “곳이 좋았는데 특히 A사는 고객 관점의 구성으로 쉽게 다음 단계로 진행되어서 2분도 걸리지 않았어요. B사도 이미지가 선명했고 예시도 적절했어요.”


 느낀 점이 많았는지 목소리에 힘이 들어 있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타사보다 많이 미흡한 걸 보니 답답하기만 했다.



 고객 관점의 직관적인 신청 프로세스 구성과 적절한 이미지 활용, 디테일의 중요성에 대해 사례를 들어 다시금 강조하며 그날의 과외 공부(?)를 마무리했다.


 해가 바뀌어 P는 당시 같이 이야기했던 테마의 업무를 하는 본사의 마케팅 부서로 배치되었다. 역시 예상대로 잘 적응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얼마 후 식사 자리에서 본 P의 얼굴이 활짝 피어 있었다. 과외 공부가 업무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말에 덩달아 마음이 훈훈해졌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선진 회사들 중에서 신입들을 처음부터 현장에 배치하는 회사가 있는데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공기와 업무를 체감하는 것이 이후의 기획과 영업 등 업무에서의 정확한 판단과 실행을 위해서도 맞다고 본다. 현장과 본사와의 거리감을 줄이고 일체감을 주고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해, 지금의 회사로 키우는데 기여한 바가 클 것이다.




 취업 포탈 사람인의 538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21년 9월 자료에 따르면 입사 1년 미만 직원 평균 퇴사 비율은 23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젊은 층의 퇴사에 대한 인식 변화도 물론 있을 것이다.


 신입의 이탈은 개인의 인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기업에도 비효율적이므로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단순히 퇴사율을 낮추자는 것이 아니다. 원인을 찾아 적합한 인재가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어렵지 않다. 1, 2년 차 신입 사원과의 심층 면담을 통해 선발, 배치, 특히 육성에 대한 개선점을 찾아보자. 그들을 통해 퇴사한 동기들의 이유도 같이 탐색한다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의 환경과 상황에 맞는 고유의 육성 플랜을 수립하자. 선발, 배치부터 정착, 육성까지 단계별 구체적 로드맵 구축과 적용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인재육성 부서와 신입사원 배치 부서가 각기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자.


 이것이 가능할 때 인재육성 수준도 한 차원 발전할 것이다. 어렵게 입사한 신입의 힘찬 발걸음이 회사의 미래임을 잊지 말고 서둘러 보면 좋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 제목 - tvN 미생, yes24  #1 #2 - 픽사베이


#본사 #지점 #육성 #실력 #현장 #과외 #정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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