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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리인 Dec 28. 2022

병문안은 왜 온 거야?

매너가 그리웠다


#1  뭐 하자는 거지?


 “암으로 결과가 나왔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시간이 멈추었다. 십여 년 전의 일이지만 여전히 생생하다.


 심각하지는 않지만 수술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미친 듯이 일만 하며 열심히 달려온 나에게’ 하는 원망과 동시에, 이런저런 앞날에 대한 생각에 불안과 걱정이 엄습했다.


 부랴부랴 일정을 잡아 막상 수술을 하고 보니, 생각보다 많이 진행된 상황이었다. 업무량이 많은 부서라 입원 중에도 일 걱정으로 가득했지만, 쉬어가라는 뜻인가 보다 싶었다.


 입원을 하고 며칠이 지나니 통증도 점차 가라앉고 심리적으로도 차츰 안정이 되었다. 퇴원 후에도 한 달의 식이요법과 방사선치료를 받아야 했다.


 

 괴로움을 잊으려고 병실 앞 휴게실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아픈 것도 아니네. 편히 놀고 있구먼.”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A임원이었다. 팀장들에게 함부로 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었다.


 “바쁜데 어떻게, 안 오셔도 되는데…” 라고 하니,


 특유의 거드름을 피우며 마뜩잖은 표정으로,


 “이건 암도 아니지 뭐. 보험금 받겠네.” 하며, 시답지 않은 신소리를 연신 내뱉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


 ‘수술을 한 환자에게 할 소리인가?’ 싶었다.


 한 오분 있었나? 자리에서 일어난다. 배웅을 하며 돌아서는 마음이 씁쓸하기만 했다. 음료수 한 박스 없이 빈손으로 와서 속만 긁고 갔다.


 ‘대체 왜 온 거야?’ 잠시 화도 났지만 원래 그런 사람이니, 그러려니 했다.



#2  그러고 싶을까?


 몇 달이 흘렀다. 전년도에 비해 30% 이상 신장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려 팀분위기 최고였다. 어느 날  A임원의 전화가 왔다.


 “부서 실적도 좋은데 팀원들 회식 한 번 해야지. 내가 쏠 테니까 이번 주 목요일로 잡아” 한다.


 ‘다들 일정도 있는데 좀 여유 있게 잡으면 좋으련만’ 하며, 삼십 명이 넘는 직원들에게 회식을 알렸다.


 A임원이 자리를 돌며 직원들에게 연신 술을 따른다. 고생했다며 반말과 농을 날리며 누구 할 것 없이 술잔을 넘칠 듯 채운다. 분위기도 갈수록 고조되어 웃음소리와 건배 구호가 넘쳐난다.


 

 팀원들이 잘 맞춰줘 기분이 좋은지,


  "부서 평가도 잘 줄 거야” 한다. 말이 앞서는 스타일이라 믿지는 않았지만 실적이 좋으니 당연히 그렇겠지 싶었다.


 두어 시간이 흘러, 회식이 마무리되었다. A임원은 계산대를 못 본 척 지나쳤다. 


‘이러면 약속과 다른데… 격려한다면서, 그래도 이건 아니지’라고 생각했다.


 팀 평가 결과를 받아보고는 어이가 없었다. 역대 최고의 실적에, A임원 산하 십여 팀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실적이었는데… 직원들 볼 낯이 없었다.  호언장담과는 달랐던 것이다.  



 

 직장 생활에서 인간관계로 힘든 일을 겪는 경우가 있다. 회사에 따라서는 고충처리 창구를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팀장은 이런 제도적 장치를 이용하기도 쉽지 않다. 부당하고 속상한 일이 있어도 대부분 스스로 삭여야 다.


 잡코리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마 밝히지 못한 퇴사 사유 1위는 상사, 동료와의 갈등 때문이라고 한다.


 평상시의 가벼운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나아가 퇴사로 연결되기도 한다. 타인의 인생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것이다.



 팀장이나 임원이나 역할과 책임이 무겁다. 상하관계이지만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정을 함께 하는 소중한 동반자다. 무심코 뱉은 말과 무례한 행동은 상대에게 아픔과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두루 살펴 매너 있게 대하고 존중하는 것이 결국 자신을 존중하는 길이지 않을까?



이미지 출처 : 제목 #1 - 픽사베이  #2 – KBS드라마 직장의 신, 잡코리아/알바몬


#회사 #매너 #회식 #임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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