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화를 돌리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오랜만이에요. 예전에 S지점 L부지점장이에요. 기억하시지요?”
“예... 잘 지내셨어요? 무슨 일이세요?”
본사에 있다가 몇 년 후 다시 지점으로 가게 되었는데 실적이 말이 아니었다. 영업소장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
전부터 알고 지내던 영업사원들에게 직접 스카우트 전화를 계속 했다. 다 실력 있는 사람들이어서 대부분 다른 회사에 적을 두고 있었다.
역시, 내 마음 같지 않아서 아무리 호의적이라도, 예전의 인연으로 전화 한 두 통으로 선뜻 다시 우리 지점으로 오겠다고 하는 이는 없었다.
“아… 예, 지금 바쁘거든요. 네네 알겠습니다.”
“지금은 영업일 안 합니다”
“현재 여기가 좋네요. 예 끊습니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고 시장도 변했던 것이다.
그나마 다른 회사에 있던 L과 K팀장은 고맙게도 몇 달 있다가 합류하게 되었지만, 부족한 실적을 만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2 구세주 등장
어느 날 20명 이상 거느린 타사 영업팀장이 움직일 거 같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알고 보니 십여 년 전에 근무했던, 잘 알던 팀장이었다. 예전보다 영향력이 훨씬 커져서 놀랐다.
당시에는 소규모팀이었는데, 대기만성형이었던 듯하다. 스카우트를 하면 영업소는 물론, 지점 실적을 일시에 최상위권으로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역시 관건은 조건으로, 놀라울 정도로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했다. 오고 싶어서 그런지 나한테도 직접 전화를 해서는, 들뜬 목소리로
“지점장님 반가워요. 잘 지내셨지요. 같이 일하고 싶어요. 좋은 결과 기다릴 게요.” 한다.
하위권으로 스트레스가 컸던 영업소장은 이 스카우트에 사활을 걸었고, 희망에 부풀어 올라서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나보고 잘 풀어보겠습니다”라고 했다.
비용이 들더라도 우선은 추진하고 보는 것이 영업의 현실이라, 그럴 만도 했다.
"그래도 확답은 주지 마! 다음 주에 최종 연락 준다 하게"
며칠 후, B영업소장에게 “이야기된 조건으로 잘 마무리했습니다“
라고 활기찬 목소리로 연락이 왔다.
이제 판단만 남았다. 영입하면 대폭 증가하는 실적, 스카우트에 소요되는 판촉비 투입 규모와 이것이 향후 지점 운영에 미치는 영향, 기존 조직과의 갈등 등 제반 문제를 종합적으로, 득과 실을 따져야 했다. 골치가 아팠다.
“어 오늘 하루만 더 고민해볼게”
의외의 반응에 B소장은 멈칫하였다.
#3 길게 보자 싶었다
평소 결정이 빠른 나였지만, 뭔가 찜찜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지점의 한 분기 판촉비 이상의 과도한 비용도 문제이지만, 그보다도 지금도 특정 팀의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영업소 운영 측면을 고려해 봤다.
아무래도, 비용이 없다 보니 월간 프로모션을 축소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기존 인력과의 갈등 등 이후의 영업소 운영과, 과도한 스카우트 중심의 영업행태에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하루 종일 고민하다가 결국 결단을 내렸다.
'그래 좀 힘들더라도 순리대로 하자’ ‘당장 좋기보다는 길게 보고, 기본 증원 활동에 치중하는 영업소 운영을 하자'
수화기를 들었다.
“B소장 자네 마음은 알겠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당장은 좋겠지만, 비용 압박, 기존 조직과의 갈등 등 길게 보면 득 보다 실이 많아 보이네. 다른 방법을 찾아 보세나”
전화를 끊고서도 며칠 동안이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다음날 그 영업팀장한테서도 곧바로 전화가 왔다.
“지점장님 너무 하세요. 도와 드리려고(?) 했었는데 어떻게 저한테 이러세요?” 한다.
아마도 친분이 있는 지점장이라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스카우트할 거라고 생각했을 테니, 의외였을 것이다.
‘영업이 뭔지…’
#4 무엇을 위한 영업인가?
당시에는 소장에게 미안했고 실적 때문에 힘들었지만, 지금 결정해도 그때와 같을 것이다.
비용을 들여 스카우트를 하는 것은 불가피한 영업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스카우트 일변도가 영업소 운영의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전부가 되고, 그로 인한 실적 향상이 실력 있는 지점, 영업소, 영업소장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과도한 스카우트로 인해 비용 압박을 받게 되어 다음 해까지 판촉비 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후임자는 죽을 맛(?)이다. 비용이 크게 부족하니 운신의 폭이 없는 것이다.
단기 실적을 확 올리고 일정기간 후에는 철새처럼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영업사원의 이탈로 말미암아 실적도 최하위권으로 거꾸러지기 마련이다.
비용도 부족하고 실적도 바닥인 딱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이런 영업사원들의 몸값은 계속 올라가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타사로 이탈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영업소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수많은 영업사원들로서는 허탈한 이야기이다. 또, 기본을 지키며 영업을 위해 노심초사 고민하고 실행하는 많은 영업소장들의 사기를 꺾는 행태이기도 하다.
보험 등 모든 영업 업계가 과도한 스카우트 풍조에 고심하고 있다. 이런 행태가 만연하지 않도록 업계 전체의 자정 노력과 당국의 적정 제재, 각 회사 차원의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오늘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영업 Staff에게 박수를!
(다음에 계속)
이미지 출처 : 제목 - SBS 스토브리그 #1 #3 - 미생 #2 #4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