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출근과 퇴근은 즐거운 일이다. 하루에 약 두 시간의 공부 시간이 생긴다. 예전에 보통 일주일에 책 한 권 읽은 기억이 난다. 매일 아침 리스닝 연습도 그렇고, 앉아 읽으면 졸리는 업무상 필요한 원서 자료들도 흔들거리는 지하철에서 서서 또는 앉아서 읽었다.
한때 나와 퇴근길이 같은 동료가 부담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그도 나랑 함께 퇴근하는 것을 좋아하였는데, 퇴근하면서 이것저것 즐거운 담소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 속마음은 읽고 싶은 책을 꺼낼 수 없어서 안타까운 기분이었다. 학교다닐 때는 그리도 안하던 독서를 회사 다니면서 하다니, 차 떠난 뒤에 손 흔드는 바보가 따로 없다.
회사를 떠나 출퇴근 시간이 없어지면 나는 엄청나게 책을 읽고 엄청나게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시간이 아무리 많아져도 나의 집중력은 하루에 한두 시간을 넘지 못한다. 통근시간을 짜투리 시간으로 활용한다고 생각하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바로 그 시간들이 내 인생의 황금시간이었다.
이제 세상을 향한 목표는 거의 남지 않았다. 다만 나만의 화두를 끝없이 만들어가며, 아직도 존재하는 이동의 무료한 시간들을 탐구의 시간으로 전용한다. 나의 뇌는 자극되지 않으면 한시도 참지 못한다. 그러면서 추억한다. 바삐 움직이던 그 격동의 출퇴근 시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