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바둑실력 향상은 언제나 바둑인들의 화두이다. 최근에 나도 인터넷 바둑 급수를 6단에서 7단으로 올렸는데, 청년시절 이후 약 20년의 긴 세월동안 바둑을 둘 시간이 거의 없었음에도 기력이 상승한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 비결을 여기 풀어본다.
한 2~3년 전부터 잠자기 전에 바둑사활을 풀다가 자곤 했다. 오로 어플에 보면, 바둑교실이라는 사활 문제가 있는데, 컴퓨터가 일일이 응수해주기 때문에 사활공부에 아주 좋다. 처음에는 한두문제를 풀면 안풀려서 지쳐 잠들곤 했는데, 요즈음에는 한번에 고급사활 50개씩을 금방 풀곤 한다. 오히려 잠이 안 올 정도로 머리가 쌩쌩해진다.
이렇게 사활문제를 쉽게 풀게 된 원인은 창의력 기법을 응용한 결과이다. ASIT라고 하는 창의력 기법에 따르면, 창의적인 해결책은 일반적인 해결책의 바로 곁에 있다. 해결책이 멀리 있지 않기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관점만을 살짝 바꾸게 되면, 엄청난 효과를 산출하는 문제의 해법이 바로 옆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창의력 기법을 원용하기 전에는 하나의 사활 문제를 풀려면, 온갖 가능한 수를 다 생각해보아야 했다. 농업적 근면성으로 고랑고랑을 다 헤집다 보면, 소 뒷걸음에 쥐 잡듯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런데, 창의력 관점에서 생각하면, 이렇게 이랑이랑을 다 생각해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냥 일감으로 척 떠오른 수를 끝까지 우직하게 밀고 나간다. 하다 보면 안될 것 같은 모양이 나오더라도 끝까지 수순을 읽어나가면, 후절수라든가, 자충이든가, 오궁도화로 생사의 귀추가 드러난다. 그런데 이전에는 일감의 수로 시작하다가도 모양이 잘 안 나오면, 지레짐작으로 중도에 포기하고 계속 다른 수를 검토하곤 하였기 때문에 답을 찾기가 무척이나 힘이 들었던 것이다.
사활문제풀이가 아주 쉽게 되면, 사활실력이 향상된다. 사활실력이 향상되면, 초반에 내 말의 안위를 돌보면서도 기세를 다할 수 있다. 중반에 겁내지 않고 싸울 수 있다. 종반에 상대의 약점을 노리면서 끝내기를 할 수 있다. 사활이 한 눈에 보이면, 부분에 연연하지 않고 대세점도 차지할 수 있다. 박정환과 김지석이 항상 사활책을 들고 다닌다고 하는데, 아마추어에게도 사활은 바둑실력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컴퓨터 알고리듬 측면에서도 바둑의 승리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다. 컴퓨터는 항상 마지막 순간의 모양을 생각하면서 바둑을 두어나간다고 한다. 따라서 그와 같이 우리도 바둑을 한 수 착수할 때마다, 계가시의 모양을 그려나가면서 두어나가면 된다. 물론 내가 이기는 모양으로 이끌어야 한다. 이것은 쉬운 기법은 아니지만, 박영훈의 바둑이 그러하다. 다만, 박영훈은 전투를 별로 하지 않고 쉽게 이기려고 하는데, 최정상급의 상대가 나의 의도 바깥에서 의표를 찔러오면, 돌을 던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도 중반까지는 어느 정도 치열하게 싸워나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바둑은 사활을 수단으로 계가로 승부를 내는 경기이다. 따라서 사활과 계가에 정통하면 바둑실력은 바로 따라온다. 아마추어의 얄팍한 소견이라 바로 귀를 씻어도 할 말은 없다.
(2015.12.06 사이버오로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