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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각의 링

명사들의 체스와 바둑 품평

조영필

by 조영필 Zho YP

명사들의 체스(장기)와 바둑에 대한 비교 품평을 조사해보았는데 그 사례가 희소함에 먼저 놀란다. 우선 서양인들은 바둑을 잘 몰라서 비교하기 힘들다고 하겠지만, 동양인들은 아예 없다. 대신 서양 명사들의 체스에 대한 평가는 꽤 많다. 반면 동양 명사들이 바둑에 대해 남긴 평가에서 좋은 내용은 발견하기 힘들다. 옛날 공자님이 바둑에 대해 그리 좋지 않은 평가를 한 이래, 바둑을 잡기로 인식한 유가들의 평가는 한결같이 고루하다. 그러나 금기서화시주다(琴棋書畵詩酒茶)란 말에도 있듯이, 풍류 기예로서 바둑은 일정한 평가를 받아 왔다. 바둑에 대한 선인들의 언급을 읽으면 이러한 상반된 이중의 감정이 배여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기까지 최소한 한국에서 바둑과 장기는 선비들의 교양의 정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바둑이나 장기에 대한 보편적 이론이 추구되지 못하여 그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일본에서는 바둑과 장기에 대해 녹봉을 받는 전문가 가문 제도가 생겨나, 이를 도(道)와 예술의 세계로 승화시켰다. 이와 유사하게 서양에서는 체스를 전략 전술적 여기(餘技)로서 높이 평가하여 왔다. 이는 한국(및 중국)의 전제적 관료사회와 서양(그리고 일본)의 군사적 봉건사회의 차이에 따른 문화적 차이도 한몫 했을 것이다. 군사적 봉건사회에서는 전략전술과 연관되며, 논리적이며, 추론적인 전략 보드게임의 취미는 분명 전장의 기사(Knight)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1. 명사들의 체스와 바둑 비교


"체스는 수학에 기반한 유희, 바둑은 철학에 바탕한 투쟁" - 톨스토이(1828-1920)

"체스가 완승을 겨냥한 전투게임이라면 바둑은 비교 우위를 추구하는 작전 게임" - 헨리 키신저(1923-)



2. 서양 명사들의 체스 품평


"체스는 인간의 기지를 가장 영예롭게 반영하는 게임이다." - 볼테르(1694-1778)

"체스는 지성의 시금석이다." - 괴테(1749-1832)

"체스판은 세상이고, 기물은 우주의 현상이며, 게임의 법칙은 소위 자연법이다. 상대 선수는 우리에게 감춰져 있다." - 헉슬리(1825-1895)

"체스는 정신을 강화시켜주고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 아인슈타인(1879-1955)

"체스는 인간의 지성을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 체 게바라(1928-1967)



3. 공자와 한국 명사들의 바둑 품평


"종일 배불리먹고 마음 쓸 데가 없다는 것은 어려운 노릇이다. 박혁이라는 게 있지 않느냐? 그런 것이라도 하는 게 그래도 나을 것이다." - 공자(B.C. 551 - B.C. 479)

논어(論語) 양화(陽貨) "飽食終日 無所用心 難矣哉 不有博奕者乎 爲之猶賢乎已" (차주환역, 동양의 지혜) "박혁(博奕)*은 장기나 바둑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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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박혁이 장기와 바둑을 뜻하는지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자세한 사항은 본 매거진 내 ‘박혁과 장기의 기원’을 참조하세요.



대궐에 들어 관료들이 장기와 바둑을 즐기는 것을 보고 ‘이 국가가 장차 망하리라’ 탄식했다 - 백문보 김경직(1303-1374)

‘외우지 못하면 60대, 바둑 장기 잡기를 하면 70대, 여색을 탐하면 100대’를 회초리로 치라. - 불우헌 정극인(1401-1481)

한 인물의 생애를 기리며 그는 ‘천박하고 허풍스러운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고 바둑이나 장기 따위의 잡기를 손에 대지 않았다’고 칭송했다. - 갈암 이현일(1627-1704)

그는 살려라 죽여라 훈수로 시끄러운 바둑놀이의 경박함이 질색이었다. 자식에게 장기와 바둑을 가르치는 놈은 때려서라도 쫓겠노라 했다. - 청장관 이덕무(1741-1793)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 “눕기 좋아하기, 농담 좋아하기, 성 내기, 장기와 바둑 두기, 남 속이기 등은 버리기 힘든 나쁜 습관이니 절대 물들지 말라” - 다산 정약용(1762-1836)



4. 체스 속담


"경기가 끝나면, 킹(왕)도 폰(졸)도 도로 같은 상자에 담긴다." - 이태리 속담

"친절한 마음으로는 체스를 잘할 수 없다." - 프랑스 속담

“노는 말을 활용해라(遊び駒は活用せよ)” - 일본 쇼기 격언



5. 바둑 속담


"소탐대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

"아생 연후에 살타라."

"큰 곳보다 급한 곳"

"적의 급소가 나의 급소"

"묘수와 악수는 종이 한 장 차이"

“좌우 동형은 중앙이 급소“

“선치중 후행마”



6. 체스선수들의 명언


"폰은 체스의 영혼이다." - 프랑수와-앙드레 다니칸 필리도르(프랑스 작곡가, 체스선수 1726-1795)

“초라한 계획이 존재하지 않는 계획보다는 낫다.” - 미하일 치고린(러시아 체스선수 1850-1908)

"좋은 수가 보인다면, 더 좋은 수를 찾아보라." - 에마누엘 라스커(독일 체스선수, 수학자, 철학자 1868-1941)

"서반은 교본처럼, 중반은 마술사처럼, 종반은 기계처럼 하라." - 루돌프 스필만(오스트리아 체스선수 1883-1942)

“전술은 할 게 있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고, 전략은 할 게 없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 사비엘리 탈타코버(폴란드 체스선수 1887-1956)

"체스판의 중심은 자석과도 같아서 모든 기물을 끌어당긴다." - 아쇼트 나다니안(아르메니아 체스선수 1972-)



7. 바둑기사들의 명언


"바둑은 조화다." - 오청원(1914-2014)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한 자이다." - 기타니 미노루(1909-1975)

"바둑은 슬픈 드라마이다." - 사카다 에이오(1920-2010)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 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 준다.“ - 조훈현(1953-)

"패가 승부의 중요 변수인 국면에서 팻감은 곧 전쟁의 승패를 가리는 총알에 해당한다. 화력의 바로미터다." -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출처 : 문화일보, 고연희, '바둑두기, 선비들의 수담인가 한량들의 잡기인가', 2013.1.25.; 네이버블로그, 전주브레인체스(임용찬바둑체스학원); 네이버블로그, 소나무(다음카페에서 펌); 제20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통합예선 결승 특선보 2015.6.12.; 디시인사이드닷컴, 체스갤러리, 2021.10.22.); 쇼기격언모음, 작성자 은관굴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