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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의 철상희우음과 관상희

조영필

by 조영필 Zho YP

이서우(1633~)는 인조 ~ 경종 연간의 조선후기 문신이다. 그는 장기를 아주 즐긴 듯하며, 장기 관련 시를 3수나 남겼다. 그 중 [철상희우음]은 웹 검색을 하니 훌륭한 번역문이 있어 참조하여, 약간 수정하였는데, 참조한 번역문의 역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장기를 마치고 읊다]


내마음은 고요하고, 태평(무사)하여

사람은 (아무도) 내 마음에 떠오르지 않네.

오늘 비 내려 한가로운데

홀연히 나무 장수(나무로 된 장기의 장군)와 놀이를 하게 되었네.

점점 승부처에 다가갈수록

판은 요동치며 격렬하게 치닫네.

차와 마는 종횡으로 삽시간에 지나가고

사와 졸은 약탈을 부여받았네.

이기면 마땅히 기쁨이 있겠지만,

지더라도 원망만큼은 면할 수 있다네.

잠깐동안 어린 아이가 놀이하듯이

장부의 도량을 잃어버리고 말았네.

설령 내가 북경의 오랑캐라 하더라도 (천하를 호령한다 하더라도)

몸에 탈이 없음만 하겠는가.

(깊고 아득한) 태허를 향해 한 번 (크게) 웃으니

운향이 가득 차올라 어느 누구도 망령되지 않으리.

손님도 사절하고 낮잠을 청하는데

비 그치고 까치가 나뭇가지 위에서 지저귀네.


[輟象戱偶吟]


我心寂無事。不形人我相。

今日雨中閑。忽然戱木將。

當其當局時。盤礴頗用壯。

車馬倐縱橫。士卒任奪掠。

勝旣有欣欣。負得免怏怏。

蹔學小兒事。陡失丈夫量。

縱吾北平胡。不如身無

一笑向太虗。芸芸孰非妄。

謝客就午枕。晴鵲語枝上。

(송파집 권지 2)



輟象戱偶吟
철상희우음

An Incidental Composition After Having Played Chess


我心寂無事 不形人我相
아심적무사 불형인아상
今日雨中閑 忽然戱木將
금일우주한 홀연희목장
當其當局時 盤礴頗用壯
당기당국시 반박파용장

My mind is still, without work;
It does not form a person in my shape.
Today, while raining, I am at leisure;
Suddenly, I play with the wooden general.
At that very, at that very time of the match,
The board becomes jumbled; it is quite strengthened.

車馬倐縱橫 士卒任奪掠
차마숙종횡 사졸임탈략
勝旣有欣欣 負得免怏怏
승기유흔흔 부득면앙앙
蹔學小兒事 陡失丈夫量
잠학소아사 두실장부량

The chariots and knights in short time move vertically and horizontally;
The pawns and soldiers are charged with taking plunder.
If it ends with a victory, there is joy and delight;
If one acquires a defeat, it breaks grudge and discontent.
Briefly studying the small children’s work,
I suddenly forget the number of gentlemen.

縱吾北平胡 不如身無恙
종오북평호 불여신무양
一笑向太虗 芸芸孰非妄
일소향태허 운운숙비망
謝客就午枕 晴鵲語枝上
사객취오침 청작오지상

From our Bukpyeong are the Barbaric Chinese:
They are not like this body, without disease.
Laughing once, I face towards the grand emptiness.
It is dense and packed; who does not forget it?
Thanking the guest, I go to my midday nap.
The refreshing magpie speak above the branches.

(출처: 歸源(Kuiwon), kuiwon.rssing.com)


윗 시에서 의문이 생기는 구절은 '사졸임탈략(사졸은 약탈을 맡았네)'이다. 왜냐하면, 사(士)는 공격용 기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혹시 사마광의 칠국상희나, 정명도의 상희시에 나오는 편(偏)과 비(裨)가 사졸에 빙의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왜냐하면, 이서우는 아래에 보듯이 왕안석의 시를 모티브로 시를 짓기도 하였으므로 이 시는 아마도 정명도의 시를 모티브로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으로 '종오북평호 ~ 운운숙비망'의 구절이다.


느낌으로 이 구절을 이해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내가 북경의 오랑캐(병자호란으로 조선을 유린한 여진족인 청(淸)의 황제)로서 즉, 인의예지를 모르는 비루한 자들이 되어 천하를(또는 장기판을) 지배한다 하더라도, 그보다는 몸에 탈(근심또는 병)이 없는 것이 더 낫다. 그러므로 크게 한번 웃으면서, 세상의 원한과 살륙을 털어버리자, 그러면 그 누구도 망령되지 않을 것이다. 깊고 아득한 태허의 관점에서는 그것도 장기판처럼 소꿉장난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觀象戱]


麻亭夏日下遅遅。側坐看人闘象棋。

笑殺局中同我處。無車無馬冷宮時。


(송파집 권지 7)


번역에 도전해 본다.


[장기를 구경하며]


마정의 여름해는 더디게 더디게 지고

곁에 앉아 사람들이 장기로 승부하는 것을 물끄러미 보는데

살수가 범람하는 장기판 속에 내 처지가 보여 (절로) 웃네.

차도 없고 마도 없이 장군 홀로 쓸쓸할 적에


(2015. 01. 15)


[詠象戱。次王介甫碁詩韻。]


介甫昔多事。碁詩和越葉。我今賦象戱。亦碁之枝葉。

局縱九橫十。象馬包居脇。唯車占四角。直走氣無懾。

將舟中九港。二腋士其楫。行蹤各有逕。一失夢亦魘。

十卒橫又進。死不彈歸鋏。對闘鮮禮讓。強咆弱則嗋。

方其暑景長。暍鳶飛欲跕。無由禦睡蛇。何况撲夢蝶。

食飽心要用。技癢驕便挾。慵張與懶李。誘致煩游諜。

陣减怒始挑。排平意方愜。暗手防吹弩。盜着畏胠篋。

盟辭坐皆證。注券壁先貼。或知巨細辨。獲艎而棄艓。

或眛時用宜。夏爐而冬箑。圓機抽我鐍。陳訣謝師笈。

當通勿復塞。當展莫敎摺。分功乖始願。乞和尤拙筴。

乘瑕疾摩壘。卷晦增守堞。疑行狐涉氷。急呑農嗿饁。

外目斥邪瞬。旁唇禁暗囁。無梁礟敢䧺。入窄輪還惵。

蠏頭少利牙。宮中多禍鬣。兩得筭稱勝。連中心更帖。

雄呼窓壁轟。雌汗衣衫浥。衛單勞扞禦。營浮愈兢?。

衝頻詎屢折。孔多難盡擪。飛蹄恨偶蹶。敗轍誓莫躡。

一怒且一喜。再礪請再接。陰陽異慘舒。賓客互調爕。

五章擧令新。三局期勝疊。忿兵有驟衂。妄轡無安蹀。

名隳任人擅。魄奪類鬼攝。快黃嗤溢面。羞赬慰留靨。

誇豪亦淺淺。訴寃何喋喋。伊余夙好弄。與人多勝捷。

兼能習骰擲。因以通輕俠。冥途免失脚。良友實緩頰。

超然若蟬蛻。迷者猶蚊睫。人生處大塊。駟隙寄浩劫。

惜髦士輩。甘此牧奴業。冗技出戰國。贅言見兵牒。

四老隱巴橘。斯言怪誕涉。宵勤異匡衡。晝餓同靈輒。

雖臻國工妙。只博市童怯。錢財時可致。僕妾望不猒。

聖愚去萬階。尺寸誰能躐。韶年不早勖。素髮行將鑷。

心將墳典託。情與毫煤協。四八付水火。更勿觀暮獵。


(송파집 권지 9)